뉴잉글랜드의학저널서 "엄격한 과학 기준에 맞지 않는다"
美보건전문가, IOC 주도 올림픽 '코로나 규범집' 강력 비판
미국 공공보건전문가들이 도쿄하계올림픽을 앞두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참가 선수들을 위해 펴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규범집인 '플레이북'이 허점투성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애니 K 스패로 의학 박사 등 공공보건 전문가 4명은 26일(한국시간) 발간된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코로나19로부터 올림픽 참가자의 보호-위기관리 접근의 시급한 필요성'이라는 논문을 올렸다.

보건전문가들은 플레이북이 엄격한 과학 기준에 바탕을 두고 제작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보가 불충분하고 올림픽이 안전할 것이라는 걸 강조하고자 때로는 유효하지 않거나 무관한 과학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저자들의 시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협의를 거쳐 IOC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올림픽 참가 선수, 취재진 등에게 플레이북을 온라인으로 배포했다.

2월에 첫판, 4월에 개정 증보판이 나왔고 6월에 최종판이 공개된다.

플레이북에는 일본 입국 전과 후 코로나19 검사 횟수, 코로나19 확산을 피하기 위한 대중교통 이용 금지 등과 같은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방역 지침이 불분명하고 세부 내용도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패로 박사 등 논문 저자들은 IOC가 올림픽 참가 선수들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권고하면서도 이를 반드시 맞도록 강제하지 않는 점, 올림픽 기간 정기적인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지 않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도쿄조직위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 횟수를 늘리고 매일 검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나 이와 관련해 확실한 방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美보건전문가, IOC 주도 올림픽 '코로나 규범집' 강력 비판
논문 저자들은 올림픽 개최를 강행하겠다는 IOC의 결정이 최고의 과학 증거에 따라 이뤄진 게 아니라며 플레이북은 참가 선수들 스스로 위험의 책임을 지도록 한다고 직격했다.

또 선수들이 직면할 다양한 위험을 세분화하지도 않았고, 체온 측정, 마스크 착용 등의 방법이 지닌 한계도 밝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IOC가 엄격한 방역과 철저한 감염 경로 추적 등으로 성공을 거둔 미국프로풋볼(NFL), 미국프로농구(NBA) 등의 교훈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 같다고도 했다.

논문 저자들은 코로나19 감염 경로 파악, 감염 요인 추적 등이 결여된 플레이북이 과학적으로 엄격한 위험 평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며 IOC가 먼저 경기장을 고려해 종목별 코로나 위험도를 구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령 요트, 양궁, 승마 등 공기가 잘 통하는 외부에서 열리는 종목은 위험도 하(下), 야외에서 열리지만, 신체 접촉이 잦은 럭비, 하키, 축구 등은 위험도 중(中), 공기가 잘 안 통하는 실내에서 열리며 선수끼리 밀접 접촉하는 복싱, 레슬링 등은 위험도 상(上)으로 나눠 등급별 차이 등을 IOC가 설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미국 보건전문가들은 또 보건 전문가, 환기 공학 전문가, 전염병 역학 전문가, 선수 대표 등이 참여하는 긴급 위원회를 즉각 소집하라고 WHO에 권고했다.

WHO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당시 모기를 매개로 태아의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하자 대응 기준을 세우고자 올림픽 직전 긴급 위원회를 소집한 바 있다.

논문의 선임 저자인 스패로 박사는 27일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올림픽을 안전하게 치르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의학의 기본 문제인데, 이를 IOC가 그간 무시해왔다.

지금에라도 IOC가 기본 의학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