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친구 몰아가기'…타진요 닮아가는 한강 의대생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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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측뿐인데 친구 A 범인으로 단정
전직 경찰 "살해라면 동기가 있어야"
전직 경찰 "살해라면 동기가 있어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후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손모(22)씨 사건과 관련 당시 함께 술을 마셨던 친구 A씨를 향한 공격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카페 모임인 '반포한강공원 진실을 찾는 사람들'(반진사)은 25일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초경찰서 앞에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친구 A씨를 사실상 범인으로 지목하며 "실종 당시 함께 있던 동석자(친구 A씨)를 피의자로 전환해 의혹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며 "피의자의 인권·무죄 추정의 원칙·적법 절차의 원칙은 수사기관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을 게을리해도 된다는 면죄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최근에는 한 누리꾼이 경찰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며 자체적으로 123쪽 분량의 분석보고서를 만들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5일 작성돼 온라인상에서 유포되고 있는 보고서를 보면 해당 누리꾼은 당시 손씨와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를 범인으로 단정하며 억측을 쏟아냈다.
보고서에서 누리꾼은 "A는 평소 손군을 안 좋게 생각하고 있었고, 기회를 봐서 죽여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A는 손군이 CCTV 없는 한강에 살고, 해양공포증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두었다가 야간 술자리 동선으로 그를 죽여야겠다고 생각했고, 완벽범죄를 계획해 그대로 실행해 죽였다"고 주장했다.
누리꾼은 "A는 술이 취하지도 않았고, 잠든 적도 없어 모든 상황을 알고 있으며, 순식간에 의식을 잃은 손군의 바로 옆에 유일하게 있었고, 최소 40분 이상의 장시간동안 119 구조대를 부르지 않은 정황증거로부터 의식을 잃는 가격과 약물주입은 A가 실행했음으로 보는 것이 참일 개연성이 높으며, 정황증거로부터 인지된 정황사실로 보아 A가 범행을 했다는 주요 사실을 추정 및 추론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결과 손씨의 사인은 익사로 확인됐다. 약물 반응 등 타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A씨 가족 중 유력 인사가 있어 사건을 은폐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A씨 측은 "A씨의 가족 또는 친척 중 수사기관, 법조계, 언론계, 정재계 등에 속한 소위 유력 인사는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A씨의 아버지 직업도 유력 인사와 거리가 멀고, 어머니 또한 결혼 후 지금까지 전업주부"라고 밝혔다.
또 경찰은 손씨 실종 당일인 지난달 25일 새벽 4시40분경 한강공원 인근에서 낚시를 하던 일행 7명이 한강으로 들어가는 남성을 봤다고 제보해 이들을 조사했다.
목격자 중 한 명이 "사람이 (한강에) 들어간다"고 말하자 나머지 4명이 같이 목격했고, 다른 2명은 이 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머리 스타일과 체격을 토대로 입수자가 남성이라고 했다. 목격자와 입수 지점 간 거리는 약 80m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목격자들은 당시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남성이) 술을 많이 마시고 수영하러 들어가나 보다 생각해 위험하지 않다고 봤다"며 "수영하듯이 양팔로 휘저으면서 강 쪽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고 있었다"고 밝혔다.
손씨의 부친은 "물을 싫어했던 아들이 새벽에 옷을 입고 수영이라니, 대답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지만, 프로파일러인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은 "술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알코올의 영향이 개입돼 평소 하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전직 경찰인 김복준 한국범죄과학연구소 연구위원도 "사실과 다른 유언비어성 허위사실이 난무하고 있다. 그 내용의 실체를 따라가 보면 애초부터 근거가 없다"며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쓴 소설이고, 미확인 사실을 추정으로 판단한 것들이다. 거기에 경찰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 상승작용을 하고 있는데 전직 경찰로서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살해라면 동기가 있어야 한다"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현혹돼 기정사실인 양 누군가를 비난하고 욕하는 것은 진짜 위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어떤 사안을 조작하려고 한다면 경찰 전체를 전부 매수해야 하는데 경찰 조직원 전체가 썩어 문드러져 있겠느냐"며 "결국 해결은 일부 유튜버들이 하는 게 아니고 경찰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다만 "손씨의 가족 입장에서 제기하는 의혹들은 당연한 것"이라며 "들어보면 일반인의 상식적인 판단을 넘어선 일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근거 없는 의혹들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자 온라인상에서는 '제2의 타진요 사태'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모임'이라는 뜻의 타진요는 지난 2010년 타블로의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이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하며 학력 위조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타블로의 졸업 사실이 증명됐지만 이를 믿지 않으며 의혹 제기를 이어갔다. 한편 A씨 측은 "A군과 A군의 가족도 감히 말씀드리자면 큰 비극 안에 같은 피해자"라며 "A군과 A군 가족들에게 쏟아지는 악플과 비난들이, 입에 담을 수 없는 저주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런 부분들이 또 하나의 비극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손씨 부친은 A씨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손씨 부친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A씨가 범인이 아니라면 너무 몰아가는 것이 A씨에게 위험하지 않겠는가'라고 묻자 "우리 아들은 죽었고 살아 있는 친구가 힘든 거 하곤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정황을 얘기할 뿐이지 모든 분들이 하는 건 상식적인 추측이다.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온라인 카페 모임인 '반포한강공원 진실을 찾는 사람들'(반진사)은 25일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초경찰서 앞에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친구 A씨를 사실상 범인으로 지목하며 "실종 당시 함께 있던 동석자(친구 A씨)를 피의자로 전환해 의혹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며 "피의자의 인권·무죄 추정의 원칙·적법 절차의 원칙은 수사기관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을 게을리해도 된다는 면죄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최근에는 한 누리꾼이 경찰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며 자체적으로 123쪽 분량의 분석보고서를 만들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5일 작성돼 온라인상에서 유포되고 있는 보고서를 보면 해당 누리꾼은 당시 손씨와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를 범인으로 단정하며 억측을 쏟아냈다.
보고서에서 누리꾼은 "A는 평소 손군을 안 좋게 생각하고 있었고, 기회를 봐서 죽여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A는 손군이 CCTV 없는 한강에 살고, 해양공포증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두었다가 야간 술자리 동선으로 그를 죽여야겠다고 생각했고, 완벽범죄를 계획해 그대로 실행해 죽였다"고 주장했다.
누리꾼은 "A는 술이 취하지도 않았고, 잠든 적도 없어 모든 상황을 알고 있으며, 순식간에 의식을 잃은 손군의 바로 옆에 유일하게 있었고, 최소 40분 이상의 장시간동안 119 구조대를 부르지 않은 정황증거로부터 의식을 잃는 가격과 약물주입은 A가 실행했음으로 보는 것이 참일 개연성이 높으며, 정황증거로부터 인지된 정황사실로 보아 A가 범행을 했다는 주요 사실을 추정 및 추론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결과 손씨의 사인은 익사로 확인됐다. 약물 반응 등 타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A씨 가족 중 유력 인사가 있어 사건을 은폐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A씨 측은 "A씨의 가족 또는 친척 중 수사기관, 법조계, 언론계, 정재계 등에 속한 소위 유력 인사는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A씨의 아버지 직업도 유력 인사와 거리가 멀고, 어머니 또한 결혼 후 지금까지 전업주부"라고 밝혔다.
또 경찰은 손씨 실종 당일인 지난달 25일 새벽 4시40분경 한강공원 인근에서 낚시를 하던 일행 7명이 한강으로 들어가는 남성을 봤다고 제보해 이들을 조사했다.
목격자 중 한 명이 "사람이 (한강에) 들어간다"고 말하자 나머지 4명이 같이 목격했고, 다른 2명은 이 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머리 스타일과 체격을 토대로 입수자가 남성이라고 했다. 목격자와 입수 지점 간 거리는 약 80m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목격자들은 당시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남성이) 술을 많이 마시고 수영하러 들어가나 보다 생각해 위험하지 않다고 봤다"며 "수영하듯이 양팔로 휘저으면서 강 쪽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고 있었다"고 밝혔다.
손씨의 부친은 "물을 싫어했던 아들이 새벽에 옷을 입고 수영이라니, 대답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지만, 프로파일러인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은 "술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알코올의 영향이 개입돼 평소 하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전직 경찰인 김복준 한국범죄과학연구소 연구위원도 "사실과 다른 유언비어성 허위사실이 난무하고 있다. 그 내용의 실체를 따라가 보면 애초부터 근거가 없다"며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쓴 소설이고, 미확인 사실을 추정으로 판단한 것들이다. 거기에 경찰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 상승작용을 하고 있는데 전직 경찰로서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살해라면 동기가 있어야 한다"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현혹돼 기정사실인 양 누군가를 비난하고 욕하는 것은 진짜 위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어떤 사안을 조작하려고 한다면 경찰 전체를 전부 매수해야 하는데 경찰 조직원 전체가 썩어 문드러져 있겠느냐"며 "결국 해결은 일부 유튜버들이 하는 게 아니고 경찰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다만 "손씨의 가족 입장에서 제기하는 의혹들은 당연한 것"이라며 "들어보면 일반인의 상식적인 판단을 넘어선 일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근거 없는 의혹들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자 온라인상에서는 '제2의 타진요 사태'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모임'이라는 뜻의 타진요는 지난 2010년 타블로의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이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하며 학력 위조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타블로의 졸업 사실이 증명됐지만 이를 믿지 않으며 의혹 제기를 이어갔다. 한편 A씨 측은 "A군과 A군의 가족도 감히 말씀드리자면 큰 비극 안에 같은 피해자"라며 "A군과 A군 가족들에게 쏟아지는 악플과 비난들이, 입에 담을 수 없는 저주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런 부분들이 또 하나의 비극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손씨 부친은 A씨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손씨 부친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A씨가 범인이 아니라면 너무 몰아가는 것이 A씨에게 위험하지 않겠는가'라고 묻자 "우리 아들은 죽었고 살아 있는 친구가 힘든 거 하곤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정황을 얘기할 뿐이지 모든 분들이 하는 건 상식적인 추측이다.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