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에 갑질·폭행' 입주민 항소심도 징역 5년(종합)

아파트 경비원 고(故) 최희석씨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입주민 심모(50)씨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3부(조은래 김용하 정총령 부장판사)는 26일 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심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정한 징역 5년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여전히 '피해자에게 보복 목적으로 상해·감금·폭행을 가한 사실이 없다'며 범행 일부를 부인하고 있지만, 망인의 생전 녹취록과 목격자 진술, 피고인 진술에 의하더라도 유죄의 증명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법원에 여러 차례 반성문을 냈으나, 현 상태에 대해 피해자나 언론 등 타인만을 원망하고 자기 합리화만 꾀하고 있어 진심 어린 반성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정작 유족들에게는 반성과 사죄를 하지 않았고, 사건 발생 1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심씨는 지난해 4∼5월 자신이 거주하는 서울 강북의 아파트 경비원이었던 최씨를 여러 차례 폭행·협박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주차해둔 자신의 승용차를 손으로 밀어 옮겼다는 이유로 처음 최씨를 폭행하고, 이후 최씨가 자신을 신고하자 경비원 화장실에 가둔 채 12분가량 구타·협박하며 사직을 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호소했고, 심씨로부터 폭행과 협박을 당했다는 취지의 유언을 남기고 작년 5월 숨졌다.

근로복지공단은 이후 최씨의 사망을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최씨의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항소한 심씨는 재차 일부 혐의를 부인하고 형량이 무겁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의 양형 부당 주장에 대해서도 "원심이 이미 권고형량의 상한을 벗어나 선고했다"며 기각했다.

검찰은 1·2심 모두 징역 9년을 구형한 바 있다.

한편 심씨 측은 이날 선고를 앞두고 돌연 '집을 팔아서라도 피해자와 합의하겠다'며 재판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합의가 될 때까지 선고를 마냥 미룰 수 없고, 돈이 마련된다고 합의를 할 수 있다는 장담도 없다"며 예정대로 선고를 진행했다.

최씨의 친형 최광석씨는 선고 후 "동생이 하늘에서 영면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제2의 최희석이 나오지 않도록 갑질하고 있는 분들은 이를 멈추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달라"고 말했다.

그는 형량에 대해서는 "심씨가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도 없고 자기합리화나 하니 재판부에서도 그냥 형을 그대로 선고한 거 같다"며 "잘못했다고 말하면 죄가 밉지, 사람이 밉겠냐"라며 혀를 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