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보선민주주의연구원 학술회의서 미중 경쟁·외교정책 논의
"한미 정상회담, 성과로 이어지려면 구체적 조치 필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합의 내용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5일 윤보선민주주의연구원이 '바이든 시대와 한반도 문제'를 주제로 연 학술회의에서 "한국과 미국은 정상회담에서 각자 원하는 바를 한 바구니에 넣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한미 정상은 미국 워싱턴에서 지난 21일(현지시간) 만나 대화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포괄적 백신 파트너십, 반도체 공급망 구축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이 위원은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문재인 정부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으나, 이번 회담에서는 무게추가 미국 쪽으로 기울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회담 결과를 보면 북한에 인센티브를 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고, 백신 문제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도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양국이 이득을 보는 이른바 '윈윈'이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중국은 한국을 압박하면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가 결성한 협의체)에 가입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았을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구도 속에서 이제는 중국이 한국에 구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신화 고려대 교수는 "미국이 패권을 장악하기에는 세상이 복잡해졌고, 중국은 부상했다"며 미국과 중국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중국이 그동안 관계가 좋지 않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레버리지(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과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보면 덫에 빠진 것 같다"며 "한국과 일본이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한국 외교정책의 '미국 선회'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문흥호 한양대 교수는 "일각에서 수십 년을 뛰어넘어 한국이 미국으로 다가갔다고 분석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미국과 중국은 체제가 너무나 다르고, 지금은 두 나라가 이혼이나 파경을 맞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국내에서 지나치게 미중 경쟁을 정치화하거나 이념화해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한미 동맹을 어떻게 관리하고, 어떤 수준으로 만들 것인지 정교하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인류의 보편적 권리인 인권과 내정에 해당하는 문제일 수 있는 주권을 어떻게 구분해 접근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외교 문제에서 각각의 사안을 쪼개 세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