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는 25일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게 "지역가입자가 될 수 있는 체류자격에 '장기체류자로 일정 기간 건강보험 자격을 유지했던 사람'이 포함되도록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을 개선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외국인 A씨는 2015년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체류자격 E-9)로 입국 이후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로서 약 5년간 보험료를 납부했다.
A씨는 2020년 6월 고용허가 체류자격 기간이 만료됐지만, 산업재해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회사 부도로 임금을 받지 못했고 체불 임금이 있어 같은 해 8월 기타(G-1-4·임금체불로 노동관서에서 중재 중인 사람)로 체류자격이 변경됐다.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외국인의 건강보험 지역가입은 기타(G-1) 체류자격 외국인의 경우 인도적 체류허가자(G-1-6)와 인도적 체류 허가자의 가족(G-1-12)만 가능하다.
이에 한 외국인노동자 지원단체는 "A씨의 상황에 대한 판단 없이 체류자격이 변경됐다는 사유로 건강보험 가입을 불허한 것은 국내 장기체류 중인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지난해 11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건강보험제도는 국가의 사회보장증진 의무와 관련되므로 인권위법에 따른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진정 자체는 각하했지만, A씨의 사례가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공단 측은 "치료나 소송 진행을 위해 단기 체류를 인정받은 외국인에게 건강보험 가입을 허용할 경우 보험의 원리 및 사회연대의 원리가 훼손될 우려가 있고, 건강보험 가입을 위해 해당 체류자격 신청을 남용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신중히 검토할 문제"라고 답했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이 가능한 체류자격을 확대하는 것 또한 "내·외국인 가입자 간 형평성과 보험료 부담 등을 고려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는 "피해자는 일정한 사유로 체류자격이 변경됐을 뿐인데 일시방문을 목적으로 한 입국자와 동일하게 대우해 가입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한 "건강보험 가입자로서 성실히 기여금을 납부해 오던 장기체류 외국인이 체류자격이 변경되었다는 이유로 가입자격을 상실하고 정작 필요한 시기에 보험급여를 받지 못한다면, 이는 건강보험의 사회연대 원리를 훼손하여 제도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체류자격 신청 남용에 대해서도 "기타(G-1) 체류자격은 그 자격을 받을 수 있는 사유가 명확히 정해져 있고, 무조건 부여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법무부 장관이 인정하는 사람에 한해 부여하고 있어 남용 여지가 크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