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도대로 시간 흐름에 맡겨…88살까지 연주할 수 있을 것"
데뷔 35주년 유키 구라모토 "나이 들수록 연주가 더 잘 됩니다"
"뛰어난 클래식 피아니스트들은 어릴 때부터 워낙 연주를 잘했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힘이 조금 떨어질 수 있죠. 50대엔 편곡하느라 바빴는데 이제 여유가 생겨요.

나이 들수록 연주가 더 잘 됩니다.

"
일본의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유키 구라모토(70)가 올해 데뷔 35주년을 맞았다.

1986년 5월 첫 피아노 솔로 앨범 '레이크 미스티 블루'(Lake Misty Blue)를 낸 그는 수록곡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가 히트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1998년 한국에서 발매된 1집 '회상'(Reminiscence)이 인기를 끌면서 다음해 5월 자연과 치유를 주제로 한 첫 내한 공연이 매진됐다.

그는 이후 매년 한국을 찾으며 23년째 빠짐없이 무대에 올랐다.

최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35년 동안 연주할 수 있어서 기쁘지만, 특별히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편"이라며 "사람은 우주의 섭리에 따라 사는 거로 생각하고 내 속도대로 시간의 흐름에 맡기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감사한 건 이렇게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는 것"이라며 "여섯 살에 피아노를 시작했는데 초등학교 때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2~3년 피아노를 못 친 시기를 제외하면 평생 피아노와 함께 해왔다"고 덧붙였다.

데뷔 35주년 유키 구라모토 "나이 들수록 연주가 더 잘 됩니다"
자신에게 음악이란 무엇일까 잠시 고민하던 그는 "삶의 보람과 재미, 즐거움"이라고 표현했다.

"작곡은 고행이고, 연습은 수행"이라는 말도 꺼냈다.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작곡은 힘들지만 보람과 재미가 있고, 이미 만들어진 곡을 연주하기 위해 연습할 때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러면서 "과거랑 비교하면 실력이 점점 좋아진다는 걸 느끼는데 연주를 더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며 "피아노 건반 숫자가 88개인데 그만큼의 나이 때까지 연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달 '호프풀 투모로우'(Hopeful Tomorrow)란 주제의 내한 공연에서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자신의 대표곡과 신곡 2곡 등 20여 곡을 들려준다.

이미 인천(21일)과 함안(22일) 일정을 마쳤고, 부산(28일)과 서울(6월 11일) 공연을 남겨두고 있다.

그는 "연주 전 곡에 대해 해설할 때 귀 기울여주고, 연주를 잘 들어주며, 박수를 많이 보내줘서 너무 좋았다"며 "인천 공연 때 맨 앞줄에 60대 아저씨가 마지막에 기립박수를 쳐준 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끝나고 희망이 왔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했다.

힘든 일상을 함께 겪고 있는 시기에 잔잔한 위로를 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식사에 비유해 "에피타이저와 메인, 디저트까지 모두 중요하게 프로그램을 짰다"며 "일부에만 집중하지 않고 하나의 코스 요리처럼 즐겨주시면 좋겠다.

자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곡들이 담겼다"고 소개했다.

데뷔 35주년 유키 구라모토 "나이 들수록 연주가 더 잘 됩니다"
유키 구라모토는 한국과의 인연도 각별하다.

그의 음악은 드라마 '겨울연가'와 '가을동화', 영화 '달콤한 인생', '우리 형' 등의 배경음악으로 쓰이는 등 한국인들에게 익숙하다.

그 덕분에 그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피아니스트로 자리 잡았다.

그는 "이건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데 한국에서 인기가 있는 건 사실이고 감사한 일"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또 "한국인은 음악 자체를 있는 그대로 듣고 좋아해 준다"며 "저한테도 좋은 기적이 일어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 음악을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햇수는 줄어들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한 계속 내한 공연을 할 거예요.

신곡과 기존 곡들의 균형을 맞춰 공연을 준비하는 게 쉽지 않지만, 내한 30주년까지는 하고 싶어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