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팝업·경보음에도 인지 못 해…"알림 많아 놓친 듯"
인천항서 밀입국…경보 울렸는데도 10시간 넘게 몰라(종합)
인천항에서 베트남인 선원이 밀입국해 출입국 관리 당국이 추적에 나섰다.

밀입국 당시 인천항 상황실 화면에 '알림 팝업'이 뜨고 경보음까지 울렸으나 관계 기관은 선사 측의 신고가 있기 전까지 10시간 이상 밀입국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24일 인천항만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11시 59분께 인천시 중구 인천 내항 2부두에서 베트남인 선원 A(20)씨가 밀입국했다.

인천항만공사 등이 부두 인근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A씨는 4m 높이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출입국 관리 당국은 밀입국 뒤 10시간 이상이 지난 전날 오전 10시 45분께 A씨가 타고 있던 6천t급 곡물 운반선 측의 신고를 받고 그의 행방을 쫓고 있다.

인천항의 보안을 담당하는 인천항보안공사 등 관계기관은 운반선의 입출항 관련 업무를 대행하는 선박 대리점의 신고 전까지는 A씨의 밀입국을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인천항의 CCTV 화면을 모니터링하는 상황실 근무자가 있었고, 수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알려주는 인공지능(AI) 경고 장치도 정상 작동 중이었으나 밀입국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특히 A씨가 밀입국할 당시 인천항 상황실의 모니터에는 이상 움직임을 알리는 '팝업'이 뜨고 경보음까지 울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A씨가 뛰어넘은 울타리에서도 경보음이 울렸으나 내항 순찰자들도 밀입국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야간 시간대 인천 내항에서는 보안 등을 담당하는 직원 40명가량이 근무 중이었다.

내항에는 500개 이상의 CCTV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인천항 내에 CCTV 숫자가 많다 보니 이상한 움직임으로 화면상에 뜨는 '팝업'도 많아 근무자들이 놓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울타리 쪽에서 나뭇잎, 불빛, 동물 등의 움직임이 있을 때도 '팝업'이 뜬다"며 "팝업이 뜨는 것을 하나씩 확인해야 하는데 계속해 뜨다 보니 제대로 (밀입국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A씨가 타고 있던 선박은 지난 21일 오전 5시 45분께 인천항에 입항했으며 25일 출항할 예정이었다.

이 배에는 A씨와 선장을 포함해 베트남인 14명이 타고 있었다.

인천항만공사 등은 이번 사례와 같은 일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관계 기관인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인천 출입국·외국인청 등과 논의해 개선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인천항에서는 앞서 지난 2월 베트남인 선원 3명이 밀입국을 시도했다가 검거되는 등 밀입국 또는 시도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