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부사령관 "미국 중동 떠나면 러·중 파고들 것"
중동에서 미군이 철수하는 데 따라 러시아와 중국이 빈틈을 노리고 영향력 확대를 꾀할 것이라고 미군 사령관이 23일(현지시간) 말했다.

중동을 순방 중인 프랭크 매켄지 미 중부사령관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동행 취재진에게 이같이 말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중동 지역을 담당한다.

매켄지 사령관은 "중동이 강대국 간 격렬한 경쟁지"라면서 "우리가 이 지역 내 배치를 조정하는 데 따라 러시아와 중국은 그들이 활용할 빈틈이 생길지 매우 면밀하게 주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견해라는 것을 전제로 "그들은 미국이 세계 다른 지역을 들여다보기 위해 배치를 조정한다고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회가 생길 가능성을 감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켄지 사령관은 특히 무기 판매가 러시아와 중국의 노림수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지목했다.

러시아가 방공 체계를 포함한 무기 판매를 꾀하며, 중국은 대(對)중동 장기 목표로 경제 영향력 확대와 군사 기지 설립을 설정했다는 점도 매켄지 사령관은 언급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 1월 출범 이후 아프간 미군 완전 철수, 이라크·시리아 등지의 미군 재배치에 착수했다.

또 예멘 내전에서 친이란 반군인 후티와 싸워온 사우디 동맹군에도 미군 지원을 끊겠다고 공언했으며, 중동에 배치한 군함 등도 속속 재배치에 나섰다.

미 국방부는 반면 태평양 지역에서는 중국 견제를 위한 병력 증강을 검토 중이며, 이에 따라 걸프 지역에 배치된 항공모함 등의 군함이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AP는 전망했다.

매켄지 사령관은 이날 사우디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이들이 미군 재배치 계획에 대해 "매우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중동에 주둔하는 미군이 5∼7년 전처럼 수십만명에 이르지는 않겠지만 미국은 여전히 자리를 지킬 것이며, 러시아와 중국과 관련해서는 "그들을 위한 기회가 실제로 생길지는 모를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