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US오픈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 슬램 "모든 것 쏟아붓겠다"
"더 많은 훈련으로 이룬 결과, 다른 선수들에게도 영감이 되길"
51세 메이저 챔피언 미컬슨 "어쩌면 마지막 우승…최고의 순간"
사상 최초로 50대 나이에 남자 골프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오른 필 미컬슨(51·미국)이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장면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미컬슨은 24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키아와 아일랜드에서 끝난 제103회 PGA 챔피언십에서 최종 합계 6언더파 282타로 우승했다.

남자 골프 메이저 대회 사상 최초로 50대 나이에 우승한 미컬슨은 자신보다 20살이나 어린 '슈퍼맨' 브룩스 켑카(미국)와 최종 라운드 동반 플레이에서도 1타를 덜 치는 노련미를 과시했다.

미컬슨은 이 대회 우승자에게 주는 '워너메이커 트로피'를 품에 안은 뒤 인터뷰에서 "정말 믿기 어려운 날"이라며 "TV나 전화기도 보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썼다"고 베테랑으로서도 이겨내기 어려웠던 메이저 대회 최종 라운드 중압감을 털어놨다.

51세 메이저 챔피언 미컬슨 "어쩌면 마지막 우승…최고의 순간"
2013년 디오픈 이후 8년 만에 메이저 6승째를 따낸 그는 "사실 나는 이런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믿어왔지만 이를 성적으로 보여주지 못했다"며 "더 열심히 노력한 것이 오늘 우승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이날 우승으로 미컬슨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첫 승을 따낸 뒤 30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우승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그는 아마추어 신분이던 1991년에 PGA 투어 첫 우승을 달성했고, 30년이 지난 올해는 메이저 우승까지 차지했다.

투어 최고의 베테랑이지만 그는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컬슨은 "더 열심히 훈련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며 "체력적으로 훈련을 더 열심히, 최대한 오래 해야 라운드 내내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는 이런 최고 무대에서 경쟁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더 열심히 노력해야 했다"며 "먹는 음식의 양도 많이 줄이며 희생했다"고 유쾌하게 웃어 보였다.

이번 대회 전에 명상을 통해 안정감을 얻는다고 밝혔던 미컬슨은 "외부 잡음으로부터 평정심을 유지하는 효과가 있다"며 "정신적인 부분이 전부는 아니지만 내게는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미컬슨은 "현실적으로 이번 우승이 나의 마지막 우승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나 다른 선수들이 더 늦은 나이에 이런 결과를 낼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51세 메이저 챔피언 미컬슨 "어쩌면 마지막 우승…최고의 순간"
그는 아내 에이미, 캐디를 맡은 동생 팀, 스윙 코치인 앤드루 게트손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아내를 향해 "당신의 사랑과 응원이 없었다면 오늘의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고 고마워한 미컬슨은 코치에게도 "스윙의 느낌을 다시 찾아주고, 단순화해줬다"며 인사했다.

또 캐디를 맡은 동생에게도 "사실 오늘 초반 6개 홀 스윙이 좋지 못했는데 내게 '우승하고 싶으면 스윙부터 제대로 해라'고 말해준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미컬슨은 이제 6월 US오픈에서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에 도전한다.

그는 4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 유독 US오픈에서만 우승이 없다.

준우승만 6번으로 최다 준우승 기록 보유자다.

미컬슨은 "2주 쉬고 올해 US오픈이 열리는 토리 파인스로 가서 연습할 것"이라며 "앞으로 US오픈 출전권을 5년 보유하게 됐지만 올해 US오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발휘하고 싶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51세 메이저 챔피언 미컬슨 "어쩌면 마지막 우승…최고의 순간"
사실 미컬슨은 올해 US오픈 출전 자격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주 초청 선수 자격으로 나가기로 했다.

그는 당시 올해 US오픈 초청장을 받으며 "US오픈 우승은 나의 오랜 꿈"이라며 "대회에 나오지 못하면 우승할 수 없는데 이런 기회를 제공해줘 영광"이라고 말했다.

미컬슨은 최근까지 US오픈에 초청 선수로 나오는 대신 자력으로 출전 자격을 따내겠다는 뜻을 밝히다가 결국 마음을 바꿔 초청장을 받기로 했는데 이번 우승으로 곧바로 자력 출전의 꿈을 이뤘다.

2009년 디오픈에서 당시 59세 톰 왓슨(미국)이 우승 경쟁을 벌이는 장면을 인상 깊게 봤다는 미컬슨은 "이번 우승도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