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개인 신분 참석…조용한 분위기서 진행
"아까운 청년이 갔다"…한강서 故손정민씨 추모
23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는 고(故) 손정민씨를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이 모였다.

추모객 150여명은 이날 손씨가 실종된 장소인 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 손씨의 사진과 꽃 등을 놓아둔 추모 공간에서 모여 각자 손씨를 추모했다.

손씨를 추모하기 위해 모이자는 이날 행사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중심으로 의견이 모여 성사됐다.

특정 집단이 주최하는 집회가 아닌 시민들이 개인 자격으로 같은 시간에 동일한 장소에 모여 추모를 하자는 취지로 마련돼, 사전 집회 신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직접 만들어 온 피켓을 든 시민은 간혹 있었으나, 동일한 구호를 외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일부 추모객은 한 시민이 여러 장 가져다 둔 '서초경찰은 정민이 사인을 명명백백히 밝혀라' 문구가 적힌 인쇄물을 들고 있기도 했다.

손씨의 사진 주위에 모인 시민들은 "경찰이 사실을 은폐하고 있는 것 같다", "아까운 인재가 너무 일찍 떠났다", "가족들은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나" 등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아까운 청년이 갔다"…한강서 故손정민씨 추모
'공정·신속·정확 수사 촉구한다'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심모(31)씨는 "정민이를 추모하기 위해 인천에서 출발해 왔다"며 "속상한 마음에 나왔다"고 했다.

'정민아 미안해! 진실은 이긴다' 문구의 피켓을 든 A(43)씨도 "평소 산책을 자주 하는 곳인데 갑자기 슬픈 곳이 됐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피켓이라도 만들어 나왔다"고 말했다.

강원도에서 첫차를 타고 왔다는 60대 여성은 손씨의 사진을 부여잡고 "불쌍한 정민아 이 아줌마가 꼭 밝혀줄게. 우리나라를 짊어지고 가야 할 청년이 너무 아깝다"며 10분 넘게 통곡하기도 했다.

그는 "이달 1일부터 매일같이 이곳에 나와 정민이를 추모하고 있다"며 "속상해서 잠도 못 잔다"고 했다.

"아까운 청년이 갔다"…한강서 故손정민씨 추모
이날 추모는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다만 오후 2시를 기점으로 한때 추모객을 비롯해 일반 시민들과 취재진·유튜버 등이 몰려 승강장 인근은 어깨와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사람들 간 거리두기가 실종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많은 시민이 몰리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이 무너지거나 미연의 충돌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이날 경력은 6개 부대가 배치됐다.

시청과 구청에서도 직원들이 나와 마스크 착용이 올바르지 않은 시민들을 계도하기도 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주최 측이 있는 집회가 아니고 시민들이 대체로 조용한 분위기에서 추모하고 있어 경찰과 함께 한 분씩 개별적으로 방역수칙 준수를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대 의대 본과 1학년이던 손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1시께부터 이튿날 새벽 2시께까지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탑승장 인근에서 친구 A씨와 술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가 실종됐다.

그는 닷새 뒤인 30일 실종 현장에서 멀지 않은 한강 수중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손씨의 사인은 익사로 추정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