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최고의 순방" 자평…백신파트너십·경제동맹 부각
판문점선언·대북대표 등 진전…제재완화 구체적 언급 없어
미사일지침 종료 성과…일각선 '대중 외교 악영향' 우려도
백신·경제·북핵 숨가빴던 3박5일 방미…성과와 과제는
"최고의 순방이었고, 최고의 회담이었습니다."

미국을 떠나 23일 귀국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포함한 3박5일 방미 일정에 대해 이같이 총평했다.

한미 백신·경제협력, 대북정책 공조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는 판단이 엿보인다.

그러나 이번 회담 결과가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되기까지는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백신·경제·북핵 숨가빴던 3박5일 방미…성과와 과제는
◇ 美 백신 직접지원…위탁생산 계약 '백신허브' 발판될까
문 대통령은 한미 백신공조 강화 및 이를 통한 '백신 허브' 발판 마련에 힘을 집중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합의하고, 나아가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군 55만명에 대한 백신 직접지원을 약속한 것은 성과로 평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사와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는 등 민간분야 진전도 있었으며, 이런 성과에 힘입어 청와대 내에서는 문 대통령의 '백신 허브' 구상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 거론됐던 '한미 백신 스와프'의 경우 이번 순방에서 거론되지 않았고, 한국군에 지원하는 백신 역시 절대적인 숫자만 보면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신·경제·북핵 숨가빴던 3박5일 방미…성과와 과제는
◇ 반도체·배터리 앞세워 '경제동맹' 새 단계…한미정상 '케미' 눈길
이번 순방에서 한미는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산업에 대한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 반도체·배터리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총 44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를 발표했다.

아울러 5G·6G 기술이나 우주산업 등 첨단과학 분야에 있어서도 협력을 강화했고, 특히 원전 협력을 강화하면서 제3국 공동진출을 모색하기로 했다.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도 성과로 꼽힌다.

이로써 한국은 42년 만에 미사일 주권을 회복하는 것에 더해 우주로켓 기술확보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70년간 이어진 한미동맹의 지평을 경제·미래동맹으로 확장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문 대통령은 알링턴 국립묘지 헌화, 한국전 참전용사 명예훈장 수여식 참석 등 혈맹의 모습을 부각하는 데 힘을 쏟았다.

한미정상의 '케미'도 눈길을 끌었다.

두 정상은 예정을 1시간 넘긴 2시간 51분 동안 회담을 했고 단독회담 중 메릴랜드 크랩 케이크를 주메뉴로 오찬을 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회담시간(2시간 30분)이나 오찬 메뉴(햄버거)와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나아가 여권에서는 한미공동성명에는 상호투자 협력이나 백신생산 협력이 명시됐으나 미일공동성명에는 이런 내용이 빠졌다는 점에서 한미회담이 더 내실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백신·경제·북핵 숨가빴던 3박5일 방미…성과와 과제는
◇ 판문점선언·싱가포르 합의 존중…톱다운 방식 수정 불가피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는 한미공동성명에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기초한 대화가 필수적'이라고 명시한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고 있다.

지금까지의 남북미 논의를 존중키로 한 것으로, 이후 대북관여에 있어 문 대통령의 활동 공간이 넓어질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성 김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한 것을 두고도 "깜짝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북미협상의 가장 큰 난관인 대북제재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해법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북핵 문제에 대한) 정확한 조건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만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의 '톱다운' 방식에 선을 그은 점 등은 한계로 지적된다.

공동성명에 북한 인권 문제가 거론된 것도 북한을 협상장으로 유인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백신·경제·북핵 숨가빴던 3박5일 방미…성과와 과제는
◇ '쿼드·대만해협' 언급에 中 반발 우려…한일관계 숙제
외교가에서는 미중갈등 국면에서 신중한 태도로 일관해온 정부가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미국으로 기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미 공동성명에는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중국 관영매체 등에서 '내정간섭'이라는 반발이 나올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쿼드'를 두고 "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한다"고 표현한 것도 중국으로서는 불편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반발이 가시화할 경우 정부가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중요한 숙제라는 관측도 나온다.

꼬여있는 한일관계 해법 역시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고, 이는 내달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때의 숙제로 남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