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지원 건의에 난색…수도권매립지 기금 사용도 쉽지 않아
'주거부적합' 인천 사월마을 집단이주 난항…법 개정 제자리
정부의 주민 건강조사에서 주거 부적합 판정을 받은 인천 사월마을 주민들을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키는 방안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집단 이주를 위해 관련법이나 조례를 개정하는 작업은 현행 제도 취지와 맞지 않다는 우려 탓에 진척이 없다.

21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사월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이주를 지원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 2일 환경부에 환경보건법 개정을 건의했다.

시는 환경보건법에 따라 진행하는 건강영향조사 결과 주거환경이 부적합하다는 판단이 나오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주대책을 수립·실시하거나 이주정착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조항을 포함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국가가 주민 이주와 관련해 지자체에 행정·기술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넣어달라고 했다.

시는 사월마을 주민들이 집단이주를 요구하고 있으나 현재 관련법에 이주를 지원할 근거가 없어 우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인천시의 건의 내용을 그대로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는 주민들의 이주를 지원하는 것은 건강영향조사 후 오염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환경보건법의 입법 취지를 벗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건강영향조사 대상 지역에서 집단 이주나 개발을 하는 부분은 환경보건법에서 정하는 사후관리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본다"면서도 "지자체가 건의한 사정이 있을 테니 인천시 관계자와 논의는 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도권매립지 인근에 있는 사월마을 주민들의 이주를 위해 매립지 특별회계기금을 사용하는 방안도 난항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수도권매립지 특별회계기금은 매립지 주변 지역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폐기물 반입 수수료의 50%를 추가로 징수해 조성한다.

현재는 관련 조례에 기금의 세출 항목으로 '수도권매립지 주변 지역의 환경개선 및 주민 편익 사업'과 '그 밖의 환경개선사업 추진·관리 시 필요한 사무에 관한 비용'이 들어가 있다.

주민들은 세출 항목에 '이주대책 자금'을 추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인천시는 특별회계의 취지와 맞지 않아 해당 내용으로 조례를 개정하기는 쉽지는 않을 것으로 일단 보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특별회계 기금은 수도권매립지 주변의 환경을 개선해 계속해 주민들이 살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조성한 것이라 주민을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지는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주민들이 요구하는 집단이주를 단기간에 진행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사월마을 일대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작업을 집단이주 관련 논의와 병행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사월마을을 포함한 수도권매립지 주변 12개 자연부락의 환경개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수도권매립지 주변 자연부락 환경 개선 대책 수립 용역'을 지난해 8월 시작했고 올해 10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또 사월마을 주민, 환경단체, 법무법인, 인천시·서구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사월마을 환경피해 민관위원회'를 구성해 주거 환경 개선과 이주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주민들은 사월마을에서 지내던 60대 남성이 호흡기 질환으로 투병하던 중 최근 사망한 점 등을 들어 조속한 이주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환경부는 2019년 11월 사월마을의 미세먼지 농도와 야간 소음도, 주민 우울·불안증 호소율 등이 높다며 주거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총 52세대, 120여명 거주하는 사월마을에는 제조업체, 도소매 업체, 폐기물 처리업체 등 150개가 넘는 공장이 운영되고 있다.

인근에는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와 골재 적치장 등도 들어서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