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이 끝나지 않는 이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데자뷔로 나타나고 있다. 격렬한 폭력사태, 민간인 사상자에 대한 언론 보도, 세계 전역의 시위, 중재 외교 등 비극적이면서도 익숙한 경로를 답습하고 있다.

이런 무력 충돌이 일어날 때 미국이 범할 법한 두 가지 실수가 있다. 첫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관계의 고정된 틀을 간과하는 것이다. 둘째는 중동의 변화하는 역학관계와 세계 정치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경쟁 판도를 바꾸고 있다는 점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또 세 가지 바뀌지 않는 현실이 있다. 첫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적대감은 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팔레스타인 지역 내 아랍인과 유대인 사이의 최초 대규모 폭력 사태는 1920년에 일어났다. 그 이후 폭력사태와 성과 없는 평화 협상이 반복됐다. 이번 갈등도 이전 패턴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 언젠가 폭력은 자취를 감추고 일종의 휴전이 이뤄질 것이다.

전쟁과 평화 협상 반복

평화 협상은 무용지물이라는 점이 두 번째 변하지 않는 현실이다. 그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폭력 사태는 끝없는 평화회담 시기 속에 일어났다. 협상가들은 다양한 접근법을 고안해냈다. 이스라엘을 두 국가로 나누는 양국 해법, 단일 국가 해법 등을 이용했지만 아무것도 효과가 없었다.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1993년 오슬로 1차 협정에 따라 두 국가 해법 원칙을 수용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무장조직인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이슬람 통치하에서 단일 국가로 통합하기를 원하고 있다.

세 번째 불변의 현실은 경쟁이 비대칭적이라는 점이다. 팔레스타인의 힘은 그들의 인내력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심지어 망명하거나 전쟁에서 패배하면서도 팔레스타인인들은 사라지기를 거부해 왔다. 저항의 의지와 국제적인 여론 동원력이 팔레스타인의 주요 강점이다.

이에 비해 이스라엘의 핵심 강점은 국가 경영 능력, 군사 및 정보 기술 등이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 그렇다고 팔레스타인 저항을 사라지게 할 수는 없다. 이에 비해 팔레스타인은 분쟁을 무한정 연장할 수 있지만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수는 없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리전

이 세 가지 요인으로 인해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새로운 현실이 갈등의 역학관계를 재편하고 있다. 중동의 아랍권 세력은 급감하고 있다. 이란과 터키가 주요 국가가 됐다. 미국은 중동 내 자국의 군사력을 감축하는 데 애쓰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중동 국가들이 서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내 급진 세력들은 이란과 가까워졌다. 이란과 터키가 다른 아랍 국가 대신 팔레스타인 저항 운동의 중요한 동맹국이 됐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가자지구 분쟁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리전으로 볼 수 있다. 하마스의 로켓탄 포격은 결국 이란 헤즈볼라의 미사일이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망을 제압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에 비해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사용할 수 있는 지렛대가 적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군사 지원 축소를 두려워하는 이스라엘인은 거의 없다. 심지어 미국이 팔레스타인 정착촌 문제를 놓고 이스라엘의 양보를 종용할 수 있다고 믿는 팔레스타인은 더 적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백년전쟁이 끝나려면 한참 멀었다.

정리=정인설 기자

이 글은 월터 러셀 미드 WSJ 칼럼니스트가 쓴 ‘The U.S. Is Less Relevant Than Ever in Gaza’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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