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 일 있는 도심 속 공중정원
‘하늘과 땅 사이에 떠 있는 정원이 있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바빌론의 공중 정원’을 두고 고대 사람들은 이런 전설을 만들었다고 한다. 기원전 500년경, 신바빌로니아 왕국의 네부카드네자르 2세는 페르시아 고원지대를 그리워하는 아내를 위해 하늘에 가장 가까운 곳에 자연을 즐길 만한 공간을 조성했다. 도심의 한가운데서도 자연을 가까이하고자 했던 욕구가 찬란한 유적을 남긴 셈이다.

바빌론 왕국은 사라졌지만 인간의 욕망은 수천 년을 이어왔을 터. 현대인들은 도심 곳곳의 ‘루프톱(옥상)’에서 하늘과 바람, 햇볕을 마주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루프톱은 더욱 특별한 공간이 됐다. 해외나 사람들이 몰려 있는 관광지를 찾기 힘든 요즘 루프톱은 도시 한가운데서 가장 쉽게, 가까이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현대인에게 ‘하늘과 땅 사이에 떠 있는 정원’이 있다면 바로 루프톱 아닐까.

루프톱은 우리말로 ‘옥상’을 뜻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옥상은 건물마다 버려져 있는 공간에 가까웠다. 집에서는 실내에 두기 꺼려지는 크고 흉물스러운 집기를 보관하거나, 가끔 햇볕이 좋으면 큰 빨래 정도를 너는 곳. 공용 옥상의 기억엔 대부분 삶의 녹이 묻어 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나 드라마 ‘미생’을 떠올려보자. 또래 학생끼리 주먹다짐을 하거나 직장 상사 욕을 하며 담배 연기를 뿜어대던 곳, 그런 옥상이 ‘힙스터’들의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2021년 루프톱의 변신은 무한하다. 서울 도심의 큰 호텔부터 높은 지대에 있는 자그마한 건물들까지, 꼭대기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할 수 있는 활동도 다양하다. 지인들과의 술 한잔, 럭셔리한 파티, 교외에서 즐길 법한 캠핑·바비큐, 요가·필라테스 같은 스포츠, 그리고 평생의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인 웨딩까지. 옥상은 이제 삶의 변두리 공간이 아니다. 일부 시민은 거주 중인 주택의 옥상을 상업공간 부럽지 않은 나만의 핫플레이스로 꾸며 가족, 지인과 즐기기도 한다. 루프톱은 자연뿐 아니라 인간 공동체와 함께하는 최적의 공간이라는 게 이들의 얘기다. 어쩌면 루프톱은 수평 세계의 ‘영역’을 더 이상 넓혀가기 어려워진 현대인이 만들어낸 새로운 ‘광장’ 아닐까.

정소람/구민기/나수지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