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던 바람이 시원해지고, 머리 위 하늘이 높아질 때면 우리는 계절을 붙잡고 싶어진다. 서울엔 계절을 붙잡아 줄 루프톱 명소가 즐비하다. 커피와 디저트를 곁들일 수 있는 카페부터 야경을 안주로 취할 수 있는 바,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걸칠 수 있는 식당까지. 길거리를 지날 땐 알 수 없는 옥상 공간이 곳곳에 숨어 있다.

서울에서 루프톱이 가장 눈에 띄는 지역은 용산구 후암동이다. 2015년 후암동에서 가장 높은 언덕인 용산구 신흥로 20길에 햄버거를 파는 ‘더백푸드트럭’과 카페와 바를 함께 운영하는 ‘오리올’이 문을 열었다. 이후 주변으로 식당과 카페가 들어서면서 루프톱 거리가 됐다.

사무실로 쓰는 고층 건물이 많아 자칫 삭막하게 느껴지는 여의도와 마포 일대에도 머리를 식힐 야외공간이 있다. 여의도 콘래드호텔의 루프톱 바인 ‘버티고’는 이 일대 직장인들이 분위기를 내고 싶은 약속이 있을 때 찾는다. 마포역 인근의 ‘헤븐와인바’는 루프톱바가 있을 거라고 예상하기 어려운 대로변 건물 꼭대기에 있다. 바로 앞 마포대교와 함께 여의도의 고층 건물을 바라보는 야경이 일품이다.

루프톱엔 커피나 와인을 채운 우아한 ‘한잔’만 어울리는 게 아니다. 노릇한 오겹살에 구운 김치를 얹어 시원한 소주를 곁들이는 정겨운 ‘한잔’도 있다. 세운상가 옥상에 있는 ‘다전식당’은 ‘힙지로(힙하다+을지로)’를 찾는 젊은이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올릴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도 루프톱 명소의 매력이다. 송파구의 카페 ‘서울리즘’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포토존’을 따로 마련했다. 서초구의 카페 ‘공미학’은 루프톱에 작은 수영장을 만들었다. 실제 수영하기엔 좁지만 사진을 찍으면 시원하고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