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쓰고 방역수칙 준수…인파 몰려 '거리두기' 무색해지기도
초여름 날씨 속 부처님오신날…사찰·도심 곳곳 북적
부처님오신날인 19일 화창한 초여름의 날씨 속에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로 서울 도심의 주요 명소가 활기를 띠었다.

낮 최고 기온이 30도 안팎까지 오르면서 시민들은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샌들을 신는 등 가벼운 옷차림으로 휴일을 즐겼다.

대다수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을 지키려고 애썼지만, 사찰 등에는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이 열린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비롯한 사찰과 주변 지역은 불자들로 크게 붐볐다.

조계사는 입구에서부터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과 들어오거나 나가려는 수십 명의 인파가 엉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초파일마다 조계사를 찾는다는 혜국스님은 법요식을 지켜보며 "사람들이 코로나19로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빠른 시일 안에 한국이 코로나19를 극복하길 기원했다"고 말했다.

초여름 날씨 속 부처님오신날…사찰·도심 곳곳 북적
여아 지도부 등 정계 인사들까지 참여한 법요식이 끝나자 오세훈 서울시장을 보려는 시민들이 몰려들면서 일대에 잠시 정체가 생기기도 했다.

사찰 관계자와 봉사자들이 곳곳에서 '1m 거리두기'를 지켜달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었지만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거리를 유지하기 힘들었다.

대웅전 앞에도 참배하기 위한 긴 줄이 늘어섰다.

참배객들은 대기하는 동안 봉사자들의 안내에 따라 각자의 출입 기록을 남겼다.

불교 신자인 유모(79)씨는 "코로나19라 절에 가지 말라고 말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회화나무에 달리는 등을 직접 보고 싶어서 왔다"며 "자식들의 행복과 성공, 우리나라 사람들의 건강을 기원했다"고 말했다.

초여름 더위를 피하고자 실내 공간을 찾은 사람들로 대형 쇼핑몰도 북적였다.

휴일을 맞아 쇼핑몰 내부의 수족관, 영화관, 도서관 등을 찾는 사람도 많았다.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 왔다는 박모(15)군은 "코로나 영향으로 영화관에 무척 오랜만에 온 것 같다"며 "앞줄 외에는 표가 대부분 매진돼 겨우 표를 구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대체로 마스크를 잘 착용한 모습이었고, 직원들은 이용자들의 출입 명부 기록 여부를 꼼꼼히 확인했다.

그러나 쇼핑몰 측이 방역 대책 차원에서 내부 휴게 공간 곳곳에 착석을 제한한다는 안내문을 부착했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안내를 무시한 채 앉아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초여름 날씨 속 부처님오신날…사찰·도심 곳곳 북적
코로나19를 의식해 탁 트인 공원을 찾아 야외활동을 즐기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과 여의도한강공원에는 아이 손을 붙잡고 외출한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나무 그늘 밑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자전거를 타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남편과 18개월 아이와 함께 나왔다는 김모(36)씨는 "휴일을 맞이해 아이를 데리고 아침 일찍 나왔다"며 "코로나 때문에 갈 곳도 마땅치 않았는데 나와서 바깥 공기를 쐬니 기분이 좋다"고 했다.

시민들은 대체로 거리를 두고 자리를 잡았지만, 마스크를 벗은 채 음식을 나눠 먹거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은 숨이 차다며 '턱스크'를 하거나 마스크를 귀에만 걸치는 모습도 보였다.

초여름 날씨 속 부처님오신날…사찰·도심 곳곳 북적
방역 수칙을 어기고 5인 이상이 모여 간식을 먹은 사례도 있었다.

이날 오전 서강대교 아래 평상에는 사이클 복장을 갖춘 중년 남성 9명이 모여 과자를 먹고 음료를 마시면서 약 10분간 머물렀다.

이들은 함께 잠실 부근까지 이동하던 중 잠시 쉬고 있다고 해명하며 "간식 먹을 때만 조금 붙어 있었다.

거리를 두고 방역 수칙을 잘 지키겠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