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1~13일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에 한·미·일 정상이 별도 회담을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는 소식이다. 한·일 정상회담 개최도 거론된다. 한국은 G7 회원국이 아니지만 의장국인 영국이 문재인 대통령을 초청했다. 앞서 이달 21일엔 한·미 정상회담이 미국에서 열린다. 이를 계기로 한·미·일 ‘3각 공조’ 복원에 속도가 붙을지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한·미·일 정상회의는 2017년 9월 이후 3년8개월간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3각 공조 복원은 마냥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가 됐다. 동북아 질서 재편을 위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한·미·일 공조 요청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중 패권 각축전이 치열한 상황에서 중국 견제와 북핵 대응을 위해서도 3각 공조는 필요하다. 더욱이 우리는 백신 및 반도체 전쟁과 관련, 미국의 협조가 절실한 마당이다.

그런 점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반도체 문제에 협력하고 코로나 백신을 받는 식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은 반갑다. 문 대통령도 어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상회담에서 백신 협력을 강화하고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그 대신 미국은 대중(對中) 견제를 위한 ‘쿼드(미·일·인도·호주 안보협의체) 플러스’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그간 쿼드 참여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견지해온 우리 정부가 반도체 등 신기술과 백신 파트너십 등 쿼드 내 일부 워킹그룹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도 3각 공조의 필수조건이란 점에서 서둘러야 한다. 동북아를 둘러싼 정세는 양국이 더 이상 과거사에 갇혀 반목할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날로 더해가는 중국의 패권 위협과 북핵 대응뿐 아니라 국익을 위한 경제 협력도 절실하다. 한·일 정상은 ‘국내 정치’를 뛰어넘어 무릎을 맞대고 정상화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때다.

안보가 경제고, 경제가 곧 안보인 시대가 됐다. 미국이 반도체 배터리 등 공급망 재편을 중국 견제 일환으로 추진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미국의 새 글로벌 전략 속에 한국 외교가 설 자리는 분명하다. 혹여 한·미·일 3각 공조 복원을, 이미 실패한 미·북 싱가포르 합의를 되살리고 남북한 및 미·북 간 정상회담 등 대북 이벤트를 위한 지렛대로 삼으려고 해선 곤란하다. 감성적 민족주의가 아니라 냉철한 국익의 잣대로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