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에선 방역지침 무용지물…근로환경만 악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정부의 기본 방역지침과 고위험 사업장 감염예방 지침이 콜센터에서 큰 실효성이 없고 상담사들 노동환경만 악화시켰다는 노동자들의 증언이 나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은행, 카드, 항공사, 공단, 케이블방송, 보험, 배달어플 등 다양한 업종의 콜센터 상담사 13명을 심층 면접조사한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지난해 3월 구로 에이스 손해보험에서 약 170명이 집단 감염된 것을 시작으로 콜센터 집단감염이 빈번히 발생하자 고용노동부는 세 차례 '코로나19 콜센터 예방지침'을 발표했다.

재택근무와 휴가 적극 활용하기, 일정 시간마다 휴식 시간 부여하기, 물리적 거리두기 준수, 작업장 분리하기 등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2.5단계 방역이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 재택근무를 시행한 사업장은 3곳에 불과했다.

콜센터 업무 특성상 재택근무를 하기 어려웠고, 원청에서 재택근무를 시행해도 하청업체 콜센터 상담사들은 제외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택근무를 한 사업장 가운데 일부는 근태를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사진을 찍으라고 요구하기도 했으며, 온라인 상담사의 경우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주된 업무 외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각종 업무가 추가로 부과되기도 했다.

'아프면 쉬기'라는 방역수칙 또한 콜센터 노동자들에겐 거의 적용되지 않았다.

면접 참가자들은 가족이 확진자와 밀접접촉을 하거나 본인에게 발열 증상이 나타난 경우에도 연차휴가를 사용하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휴식 또한 쓰기 어려웠는데, 이들이 쉬지 못하는 이유로는 기존 인센티브 제도뿐 아니라 코로나19로 늘어난 업무 강도, 휴게공간 폐쇄 등이 꼽혔다.

사측이 구내식당에 투명 가림막을 설치하지 않고 아예 폐쇄하는 쪽을 택하면서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담사들도 있었다.

감정노동 비중이 높은 상담사들은 코로나19로 불안감과 우울감도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확진자 발생 현황과 동선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는 등 사업장 방역에 대한 불신이 높고 악성 민원이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직장갑질119는 "사용자에게는 권고사항인 예방지침이 노동자에게 강제사항이 되고, 이러한 문제에 이의제기를 할 방법도 없어 노동자들의 불편함은 가중되고 있다"며 정보 요구권, 업무형태 조정권, 휴식 청구권 등을 보장하는 식으로 방역 지침에 노동자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