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가 반했다…컬러강판 빅3 '화색'
부산 남구 감만동에 있는 동국제강 컬러강판 공장은 지난해 말부터 24시간 내내 모든 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 국내 최대 컬러강판 공장인 이곳의 8개 라인은 꼭 필요한 정비보수 시간을 제외하고 쉴 새 없이 돌아간다. 그런데도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업체 등으로부터 밀려드는 주문을 맞추기 어렵다. 회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 컬러강판 판매 계약은 이미 끝난 상태”라고 했다.

컬러강판 시장이 코로나19 특수와 글로벌 경기 회복에 힘입어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다. 동국제강과 포스코강판, KG동부제철 등 컬러강판을 주력 생산하는 국내 ‘빅3’의 실적도 고공행진 중이다.

선(先)주문 몰리는 컬러강판

9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컬러강판 생산량은 54만3645t으로, 전년 동기(50만7345t) 대비 8.2% 늘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컬러강판 업체들이 밀려드는 주문 물량을 맞추기 위해 공장을 풀가동하면서 생산량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철강에 디자인을 입힌 컬러강판은 대리석, 나무 등 원하는 소재의 무늬와 질감을 구현할 수 있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 고급 가전과 건축 내외장재에 주로 쓰인다. 삼성 LG 등 프리미엄 가전업체도 플라스틱보다 컬러강판을 선호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이른바 ‘홈코노미’(재택경제)가 확산하면서 가전제품 수요가 늘자 컬러강판 몸값도 치솟았다. 컬러강판은 일반 철강재 대비 t당 가격이 최대 두 배 이상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올해 건설 경기가 회복되면서 건축 내외장재에 쓰이는 컬러강판 수요도 늘고 있다. 코로나19를 99.9% 사멸하는 항균 컬러강판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이 제품은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비롯해 수술실, 식품회사, 반도체 공장, 제약회사 등의 내외장재에 사용되고 있다.

국내 컬러강판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240만t이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올 1분기 기준 동국제강이 35%, KG동부제철이 25%, 포스코강판이 20%를 차지하고 있다.

컬러강판 빅3 실적도 ‘날개’

동국제강을 비롯한 ‘빅3’ 업체들은 ‘컬러강판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동국제강의 올 1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1조3748억원, 영업이익 746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9%, 32.8%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1위 컬러강판 업체인 동국제강의 올해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2010년(4304억원)을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포스코강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3.5% 증가했다. 지난해 올린 영업이익(169억원)에 버금간다. 같은 기간 매출도 2531억원으로 전년 대비 10.7% 늘었다. 지난해 기준 포스코강판 전체 매출에서 컬러강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52.7%로 절반을 넘었다. KG동부제철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도 110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346억원) 대비 세 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올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286억원)를 크게 웃돌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철강업계는 경기 회복에 힘입어 컬러강판 수요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리서치는 세계 컬러강판 시장 규모가 2019년 24조원에서 2024년 33조원대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컬러강판 수요를 맞추기 위한 생산설비 증설도 진행 중이다. 동국제강은 오는 7월 가동을 목표로 부산공장에 연산 10만t의 생산 능력을 갖춘 최고급 컬러강판 라인을 증설 중이다. KG동부제철도 올 상반기 충남 당진공장에 연산 10만t 규모의 생산라인 완공을 앞두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