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PO 최다 10연승 및 최초의 '10전 전승' 우승 위업
유재학·전창진 등 '명장'들과 대결에서도 완승
'그분'도 넘어선 KGC 김승기 감독…'PO 최고 승부사'로 우뚝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도와주신 '그분'과 정면으로 붙어서 이기고 싶습니다.

"
9일 전주 KCC를 4전 전승으로 따돌리고 2020-2021시즌 프로농구 챔피언에 오른 안양 KGC인삼공사의 김승기(49) 감독이 앞서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한 뒤 '어떤 팀 감독과 맞붙고 싶냐'는 질문에 다소 난감해하다 한 말이다.

'그분'은 전창진 KCC 감독을 이른다.

전 감독은 감독상을 통산 최다인 6회나 받은 KBL 최고의 명장이다.

원주 TG삼보(현 원주 DB), 부산 kt에 이어 승부조작 의혹 등을 모두 벗고 코트에 복귀한 두 번째 시즌인 올 시즌 KCC를 정규리그 1위로 이끌어 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3개 팀에서 정규리그 1위를 지휘한 감독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김승기 감독과 인연도 각별하다.

전 감독과 김 감독은 용산고 선·후배를 시작으로 감독과 선수, 감독과 코치로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왔다.

'그분'도 넘어선 KGC 김승기 감독…'PO 최고 승부사'로 우뚝
김 감독이 인삼공사 지휘봉을 잡고 프로 사령탑으로 첫발을 내딛게 된 데도 전 감독이 얽혀 있다.

2015년 전 감독과 김 감독은 인삼공사에서 사령탑과 수석코치로 새 출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해 8월 전 감독이 승부조작 의혹 등에 휘말리면서 사퇴하는 바람에 김 감독이 지휘봉을 물려받았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일단 '대행'이란 꼬리표를 달았지만, 김 감독은 빠르게 팀을 안정시키고 4개월 만에 정식 감독으로 임명됐다.

김 감독은 사령탑 데뷔 시즌인 2015-2016시즌에 직전 시즌 8위였던 인삼공사를 4강 플레이오프(PO)까지 진출시키더니 2016-2017시즌에는 통합우승팀 사령탑이 됐다.

이번 시즌까지 김 감독이 6시즌을 이끄는 동안 인삼공사는 7위에 처졌던 2018-2019시즌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 여파로 시즌을 조기 종료한 2019-2020시즌을 뺀 네 시즌에는 4강 이상의 성적을 냈다.

챔피언결정전에는 이번까지 두 번 나서서 모두 우승했다.

전 감독은 이번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김 감독에 대해 "예전에 보던 사람이 아닌 것 같다.

KBL에서 상당히 능력 있고 인정받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며 "무서운 감독이 돼 있는 건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결국 전 감독의 KCC는 김 감독의 인삼공사에 기 한번 펴보지 못하고 무릎 꿇었다.

'그분'도 넘어선 KGC 김승기 감독…'PO 최고 승부사'로 우뚝
KCC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인삼공사에 4승 2패로 앞섰다.

하지만 7전 4승제 챔피언결정전에서는 4경기 만에 백기를 들었다.

김 감독은 4강 PO에서는 역시 KBL을 대표하는 명지도자인 '만수' 유재학 감독 지휘 아래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울산 현대모비스도 3전 전승으로 따돌렸다.

유 감독은 정규리그 우승 6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6회에 정규리그(694승)는 물론 PO(58승)에서도 통산 최다승 기록을 보유 중인 사령탑이지만 이번 PO에서는 인삼공사의 기세를 당해내지 못했다.

유 감독의 '봄 농구'는 김 감독 때문에 아픈 기억이 많다.

김 감독은 유 감독과 PO 지략 대결에서 세 번의 시리즈 모두 승리하며 9승 1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이어갔다.

김 감독은 한국프로농구의 내로라하는 명장들을 차례로 거꾸러뜨리고 PO 최고 승부사로 우뚝 섰다.

인삼공사는 이번 시즌 6강 PO부터 10연승을 거둬 PO 최다 연승 및 10전 전승 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김 감독의 통산 PO 성적은 24승 10패(승률 70.6%)가 됐다.

'그분'도 넘어선 KGC 김승기 감독…'PO 최고 승부사'로 우뚝
김 감독은 이미 현대모비스와 4강 PO 1차전 승리로 최인선 감독(34승 20패·승률 63.0%)을 제치고 PO 승률 1위 사령탑으로 올라선 바 있다.

챔피언결정전 성적만 놓고 보면 8승 2패로 승률은 무려 80.0%나 된다.

김 감독은 챔피언결정전 우승과 관련해서도 KBL 역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

바로 KBL 사상 최초의 '선수·코치·감독' 우승 기록이다.

김 감독은 TG삼보에서 선수로 뛸 때인 2002-2003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했고, 2007-2008시즌에는 코치로 동부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이후 프로 감독으로 보낸 두 번째 시즌인 2016-2017시즌에 인삼공사를 사상 처음 정규리그 정상으로 이끈 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우승을 지휘해 새역사를 썼다.

그러고는 4년 만에 다시 챔피언결정전 우승 감독의 영예를 안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