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롯데 이대호(왼쪽)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포수 마스크를 썼다. / 사진=뉴스1
지난 8일 롯데 이대호(왼쪽)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포수 마스크를 썼다. / 사진=뉴스1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4번타자 이대호(39)가 2001년 프로 데뷔 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포수 마스크를 쓰고 팀 승리를 이끌었다. 현재 KBO 리그 10개 팀 중 꼴찌 롯데가 선두를 달리는 삼성 라이온즈의 마무리 ‘끝판왕’ 오승환을 무너뜨리고 극적으로 얻어낸 역전승이라 더욱 주목 받았다.

이대호는 지난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원정 경기에서 9회말 포수로 나서게 됐다.

롯데는 7-8로 뒤진 9회초 2사 1·3루 상황에서 포수인 강태율 타석 때 대타 이병규를 내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병규가 오승환을 상대로 동점 적시타를 터뜨린 데 이어 딕슨 마차도가 역전 적시 2루타를 날려 9-8로 뒤집었다.

문제는 강태율 타석에 대타를 기용하면서 엔트리에 남아있는 포수가 없었다는 것. 그러자 롯데는 포수 경험이 전무한 이대호에게 마스크를 맡겼다. 20년 전 투수로 입단한 뒤 타자 전향한 이대호는 1루수나 수비 부담이 없는 지명타자를 소화했고, 한때 3루수로도 나섰으나 포수로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9회말 삼성 공격에서 마무리 김원중과 배터리 호흡을 맞춘 이대호는 1사 2·3루의 동점 내지 역전 위기를 침착하게 넘겼다. 전문 포수도 잡아내기 쉽지 않은 원바운드 공을 처리하는가 하면 처음 포수를 소화하는 선수답지 않게 프레이밍까지 선보이며 실점을 막았다.

야구 팬들은 이대호가 데뷔 첫 ‘깜짝 경험’에도 특수 포지션인 포수를 큰 무리없이 소화해내는 이색 장면을 공유하며 “야잘잘(야구는 잘하는 선수가 잘한다)”이라고 평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