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책임자는 누구?"…중대재해법 노사 충돌 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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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이달 시행령 입법예고…노사 의견수렴 거쳐 확정
노동자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대표이사 등 경영 책임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올해 1월 중대재해법 제정 당시 격돌했던 노사가 하위 법령을 놓고 또 한 차례 충돌하는 양상이다.
◇ '경영 책임자' 정의 등 쟁점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령은 이르면 이달 중으로 확정돼 입법 예고될 전망이다.
노동부는 관계 부처와 시행령 검토안을 마련해 손질 중인 단계로, 노사 의견수렴을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노사의 반응에 따라서는 입법 예고가 다음 달로 넘어갈 수도 있다.
중대재해법은 내년 1월 27일 시행에 들어간다.
노동부는 시행령 제정을 최대한 앞당겨 산업 현장이 법 준수를 위한 준비 기간을 충분히 갖도록 할 방침이다.
시행령은 법이 위임한 사항을 규정하고 법의 불명확한 내용을 구체화한다.
시행령을 어떻게 제정하느냐에 따라 법이 현장에 적용되는 양상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시행령에서 노사 간 첨예한 쟁점이 되는 것은 중대재해법의 처벌 대상인 경영 책임자의 범위다.
중대재해법은 경영 책임자를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규정했지만, 구체적인 범위는 명시하지 않았다.
경영계는 한 기업의 사업장이 여러 개일 경우 사업장의 인사·노무 등 독립성이 인정되면 별도의 경영 책임자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업장에서 발생한 중대 재해로 본사 대표이사 등이 처벌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면 노동계는 사업장에서 발생한 중대 재해에 대해서도 본사 대표이사 등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영계의 주장은 기업 전반의 안전보건 관리 체계 확립을 유도하는 중대재해법의 취지와도 안 맞는다는 지적이다.
노동부는 최근 경영 책임자의 범위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입법 취지에 맞게 해석돼야 하며 명칭과 상관없이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 여부가 중요한 판단 요소"라고 밝힌 바 있다.
경영계는 사업장의 안전보건 관리를 총괄하는 책임자가 있으면 대표이사 등이 처벌을 면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요구한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대표이사 등이 중대 재해에 대한 책임 회피용으로 안전보건 책임자를 둘 수 있다고 비판한다.
경영계는 시행령에서 중대 재해의 범위도 좁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직업성 질병의 경우 업무 외 개인적 요인도 발병에 작용할 수 있는 뇌심혈관계 질환, 근골격계 질환, 직업성 암 등은 중대 재해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뇌심혈관계 질환을 제외할 경우 과로사를 중대 재해로 볼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
노동계는 과로에 따른 사망자가 연간 수백명에 달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를 제외하면 법의 실효성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한다.
◇ 경영 책임자의 구체적 의무도 논란
이 밖에도 시행령에서 쟁점이 되는 부분은 많다.
중대재해법은 경영 책임자 등에게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해 중대 재해로 이어질 경우 처벌하도록 했지만, 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령에 위임했다.
경영계는 경영 책임자의 의무를 안전보건 관리 체계 관련 인력과 예산 계획 수립이 적정한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제한하고 그 이행 여부를 연 1회 이상 보고받도록 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경영 책임자의 의무가 서류상 보고를 받는 데 그치면 현장의 안전보건 관리와는 괴리될 수 있다며 경영 책임자의 의무에 현장 점검 등도 포함해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경영계 요구를 따를 경우 경영 책임자가 안전에 무관심한 실태를 바로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청 노동자의 안전에 대한 원청의 책임 범위도 논란이다.
중대재해법은 원청에 실질적인 지배·운영·관리 책임이 있는 경우 하청 노동자의 중대 재해에 대해서도 원청의 경영 책임자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경영계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기준 등에 따라 원청의 책임 범위를 제한할 것을 요구하지만, 노동계는 중대재해법상 원청의 책임 범위를 산안법보다 넓게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사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쟁점이 되는 시행령 조항을 추상적인 표현으로 놔둘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법 집행 과정에서 정부의 재량권이 과도해질 수 있다는 논란이 불가피하다.
노동부 관계자는 "관계 부처 협의 과정에서 정부의 시행령 제정 방향은 어느 정도 정리된 상태"라며 "노사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최종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노동자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대표이사 등 경영 책임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올해 1월 중대재해법 제정 당시 격돌했던 노사가 하위 법령을 놓고 또 한 차례 충돌하는 양상이다.
◇ '경영 책임자' 정의 등 쟁점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령은 이르면 이달 중으로 확정돼 입법 예고될 전망이다.
노동부는 관계 부처와 시행령 검토안을 마련해 손질 중인 단계로, 노사 의견수렴을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노사의 반응에 따라서는 입법 예고가 다음 달로 넘어갈 수도 있다.
중대재해법은 내년 1월 27일 시행에 들어간다.
노동부는 시행령 제정을 최대한 앞당겨 산업 현장이 법 준수를 위한 준비 기간을 충분히 갖도록 할 방침이다.
시행령은 법이 위임한 사항을 규정하고 법의 불명확한 내용을 구체화한다.
시행령을 어떻게 제정하느냐에 따라 법이 현장에 적용되는 양상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시행령에서 노사 간 첨예한 쟁점이 되는 것은 중대재해법의 처벌 대상인 경영 책임자의 범위다.
중대재해법은 경영 책임자를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규정했지만, 구체적인 범위는 명시하지 않았다.
경영계는 한 기업의 사업장이 여러 개일 경우 사업장의 인사·노무 등 독립성이 인정되면 별도의 경영 책임자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업장에서 발생한 중대 재해로 본사 대표이사 등이 처벌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면 노동계는 사업장에서 발생한 중대 재해에 대해서도 본사 대표이사 등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영계의 주장은 기업 전반의 안전보건 관리 체계 확립을 유도하는 중대재해법의 취지와도 안 맞는다는 지적이다.
노동부는 최근 경영 책임자의 범위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입법 취지에 맞게 해석돼야 하며 명칭과 상관없이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 여부가 중요한 판단 요소"라고 밝힌 바 있다.
경영계는 사업장의 안전보건 관리를 총괄하는 책임자가 있으면 대표이사 등이 처벌을 면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요구한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대표이사 등이 중대 재해에 대한 책임 회피용으로 안전보건 책임자를 둘 수 있다고 비판한다.
경영계는 시행령에서 중대 재해의 범위도 좁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직업성 질병의 경우 업무 외 개인적 요인도 발병에 작용할 수 있는 뇌심혈관계 질환, 근골격계 질환, 직업성 암 등은 중대 재해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뇌심혈관계 질환을 제외할 경우 과로사를 중대 재해로 볼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
노동계는 과로에 따른 사망자가 연간 수백명에 달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를 제외하면 법의 실효성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한다.
◇ 경영 책임자의 구체적 의무도 논란
이 밖에도 시행령에서 쟁점이 되는 부분은 많다.
중대재해법은 경영 책임자 등에게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해 중대 재해로 이어질 경우 처벌하도록 했지만, 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령에 위임했다.
경영계는 경영 책임자의 의무를 안전보건 관리 체계 관련 인력과 예산 계획 수립이 적정한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제한하고 그 이행 여부를 연 1회 이상 보고받도록 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경영 책임자의 의무가 서류상 보고를 받는 데 그치면 현장의 안전보건 관리와는 괴리될 수 있다며 경영 책임자의 의무에 현장 점검 등도 포함해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경영계 요구를 따를 경우 경영 책임자가 안전에 무관심한 실태를 바로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청 노동자의 안전에 대한 원청의 책임 범위도 논란이다.
중대재해법은 원청에 실질적인 지배·운영·관리 책임이 있는 경우 하청 노동자의 중대 재해에 대해서도 원청의 경영 책임자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경영계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기준 등에 따라 원청의 책임 범위를 제한할 것을 요구하지만, 노동계는 중대재해법상 원청의 책임 범위를 산안법보다 넓게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사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쟁점이 되는 시행령 조항을 추상적인 표현으로 놔둘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법 집행 과정에서 정부의 재량권이 과도해질 수 있다는 논란이 불가피하다.
노동부 관계자는 "관계 부처 협의 과정에서 정부의 시행령 제정 방향은 어느 정도 정리된 상태"라며 "노사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최종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