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에세이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 출간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내려 했다.

최대한 가감 없이, 가장 창피하고 부끄러운 욕망까지 포함해서. 내 약점을 드러내는 두려움을 이겨냈을 때 비로소 가장 진실된 경험들을 공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
2014년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인디애나폴리스콩쿠르 우승 이후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33)가 음악 에세이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아웃사이트)를 내며 작가로 데뷔했다.

'글 쓰는 연주자'라는 어릴 적 꿈을 이룬 셈이다.

1988년생인 조진주는 첫 책에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출생) 음악가로서의 삶과 음악에 관한 생각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연습을 안 해도 악기에서 원하는 소리가 나오면 좋겠다며 토로하고, 누군가와 비교하며 자괴감이 들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조진주는 4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안으로는 고민과 생각이 있다"며 "왜 굳이 밖으로 꺼냈냐고 할 수 있지만 가장 어두운 부분까지 솔직하게 적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책 제목과 같은 소주제의 글에서 "본질이 경쟁인 고전 음악 분야에서 어떤 마음가짐과 철학을 가져야 할까"라고 되묻는다.

자신과 다른 장점을 가진 연주자들을 접할 때마다 "감당할 수 없는 질투심을 느낀다"고 말한다.

또 대외적으로나 예술적으로 자신보다 앞선 연주자의 이력과 나이를 검색해보기도 하고, 자신이 만나보지 못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연주하는 흑인 또는 라틴 계열 연주자들을 보면서 '역차별'이란 단어도 떠올린다고 한다.

이에 관해 조진주는 "아시아 출신 여성 연주자로서 유럽과 미국이 주 무대인 고전 음악을 연주하며 열등감이 없다는 건 참 어려운 것 같다"며 "여성으로서 살아가면서 가부장적인 세상이라는 것도 안 느끼기 어렵다"고 말했다.

책에는 아니라고 생각한 것에 당당히 '노'를 외치는 조진주의 모습도 담겼다.

레슨을 할 때도 모든 것에서 이유를 찾았고, 설득돼야만 받아들였다고 말한다.

그는 "순종적으로 말을 잘 듣는 스타일이 아니었다"고 강조한다.

그는 책에서 미국 유학 시절 자신의 의견을 무너뜨리려 하는 선생님에게 반항해 최대한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주류 음악계 추천이 필요한 상 또는 기회에서 제외된 것 같다는 생각도 전한다.

또 독일의 유명한 선생이 자신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레슨 요청을 거절한 일화를 소개하며 "동양인이라 손가락은 좀 돌리겠지만 아마 예술성은 없을 거란 말을 돌려 말한 것 같다는 느낌은 단순한 착각이었을까"라고 되뇐다.

그는 "잘못된 거로 생각한 것을 넘어가기는 쉽지 않다.

상처가 되는 말은 그냥 넘어가서도 안 된다"며 "참고 견뎌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저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사람이 차별적인 말을 하는 것에는 굉장히 깊은 역사가 있는데, 그걸 이해하는 게 치유의 과정이었다"며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단 사회가 그런 말을 하게 만들었다고 이해하게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책에서 한때 음악이 정말 내 삶을 바칠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을 품으며 오랫동안 방황하기도 했다고 말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지금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해도 괜찮고, 내 길을 걸으며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다면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조진주는 "책을 쓰는데 1년 반 정도 걸렸는데 처음에 책이 나왔을 때는 믿기지 않아 '오 마이 갓'이라고 생각했다"며 "앨범을 내는 것보다 책을 쓰는 게 훨씬 더 어려운데 글 쓰는 걸 좋아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에는 에라토 앙상블 10주년 기념 공연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사운드 시리즈 리사이틀, 제16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등 국내 무대에 오른다.

또 올해 10~11월께 프랑스 작곡가 생상스 사망 100주년을 맞아 앨범을 발매하고 전국 투어를 열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