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가 미국 노바백스와 체결한 코로나19 백신 판권 계약 기간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다년 계약인 줄 알았던 판권 이전 기간이 실제로는 1년에 불과한 데다 단가 등 계약 조건 역시 해마다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내년 이후 백신 매출에 불확실성이 커지는 사안으로 사전에 알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와 노바백스가 체결한 계약 조건은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최고경영자(CEO)가 만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노바백스는 합의문에 “올해 말로 예정된 기술이전 기한 연장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경북 안동에서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준비 중이다.
정부 발표 후 기관투자가 사이에서 뒷말이 나왔다. 계약 연장 불발 시 한 해 수천억원의 매출이 줄어들 수 있어 기업 가치평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한 노바백스 백신 4000만 회분을 사주기로 했다. 업계에선 노바백스 백신의 시장 가격(회분당 16~22달러)을 감안해 최대 9850억원의 연매출이 나온다고 계산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여러 차례 기업설명회에 참가했지만 계약 기간이 1년이란 사실은 접하지 못했다”며 “이 정도 투자 위험은 미리 알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위탁생산(CMO) 회사들은 보통 공시를 통해 전체 계약 금액 또는 기간 등을 알린다.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 제7조에 따른 것이다. 해당 규정엔 최근 사업연도 매출의 2.5% 이상의 수주 계약이 있을 경우 이를 공시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상장사 공시엔 보통 계약 금액과 생산 시작 시점 등이 들어가고 계약 상대방과 계약 기간 등은 계약 조건에 따라 공시 여부를 결정한다. 계약 당시 SK바이오사이언스는 비상장사였기 때문에 공시 의무가 없었다. 하지만 이후 기업공개(IPO)를 하는 과정에서 투자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내용은 투자설명서 등을 통해 알렸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상장 직전에 발표한 투자설명서에도 이런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계약 기간을 묻는 질문에 1년 단위 갱신이 아니라 수년 단위로 계약 갱신이 이뤄진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이마저도 모호하게 답해 제대로 알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양사가 맺은 계약 기간과 규모 등 비밀유지 조항 때문에 밝힐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정부의 선구매 계약에 맞춰 기술이전 계약 기간을 정한 것”이라며 “4000만 명분의 물량 공급 계획을 밝혔다”고 했다. 이어 “노바백스 역시 별도 공시를 통해 계약 기간이 2년이라고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김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