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이익 최대한 끌고 갈듯…전문가 "모호함 길어지면 마이너스"

야권의 유력 차기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 2일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소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한 달 가까이 잠행하고 있다.

대권주자 지지도에서는 선두를 지키고 있다.

여권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맞대결에서도 우위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 24∼25일 전국 유권자 1천8명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한 결과, 윤 전 총장은 47.2%, 이 지사는 40.0%의 지지를 얻었다.

별다른 메시지 없는 '신비주의 전략'을 통해 정치적 실점을 최소화하면서 1위 지지율을 관리하는 모양새다.

부동산·가상화폐를 둘러싼 여당의 정책 혼선, 지도부 교체와 합당 이슈로 어수선한 야권 상황과 거리를 두면서 반사이익을 누리는 행보로도 읽힌다.

윤 전 총장의 지인도 28일 통화에서 "본인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공개 행보 시점을 놓고 구체적으로 얘기를 나눈 바는 없다"고 전했다.

지지율 좋다지만…길어지는 '尹의 침묵' 약인가 독인가
그러나 윤 전 총장의 대권 도전이 기정사실인 상황에서 '무언의 정치'가 마냥 길어지면 독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결국은 지도자로서의 비전과 정책으로 지지층을 다져야 하는데, 이를 제시하지 않으면 대권 가도에 좋을 게 없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은 윤 전 총장의 지지도가 단단하지 못하다는 평가와 맞물려 있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현 지지도는 윤 전 총장 개인의 역량보다 정부·여당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차선책을 찾은 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리더로서의 역량을 보이지 않으면 지지율도 한순간에 꺼질 수 있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모호한 행보가 이어지면 비난 여론이 일기 시작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치권에서는 6월께 국민의힘의 새 지도부 선출로 야권 리더십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윤 전 총장도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 교수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과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하는 시점에 맞춰 윤 전 총장도 움직여줘야 유권자의 피로감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를 시작할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런 분석과 맞물려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는 "(공개 행보와 함께) 바로 대권 행보가 시작된다"며 "복잡한 이슈를 다 들여다볼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의 학습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