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쇼핑 등의 비금융 정보를 신용평가에 도입한 이른바 ‘대안 신용평가’가 각광받고 있다. 대안 신용평가를 활용한 금융회사는 기존에 대출을 내주기 어렵던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면서도 부실률은 낮추는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이력이 부족해 대출이 거절되거나 높은 금리를 물었던 주부, 학생, 자영업자 등 ‘신 파일러(thin filer)’가 큰 혜택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통적인 신용평가는 급여, 재산 상태, 대출 이력 등을 주로 보지만 대안 신용평가는 통신사 이용 실적, 쇼핑 내역 등의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다. 핀테크 업체 핀크의 ‘T스코어’, 비씨카드의 ‘비즈 크레딧’ 등이 대표적 사례다.
'통신 신용' 적용하니 대출금리 1%P 싸지네

‘통신 데이터’로 10명 중 8명 대출금리↓

26일 핀테크 업체 핀크에 따르면 이 회사의 대안 신용평가인 T스코어를 활용한 ‘T스코어 대출비교서비스’에서 대출금리와 한도를 조회한 금융 소비자 중 86%가 실제 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핀크가 2019년 내놓은 T스코어는 통신사 가입 기간, 요금 납부 내역, 음성 통화·데이터 사용량 등 개인 통신정보를 활용해 만든 대안 신용점수다. SK텔레콤 가입자라면 핀크 앱에서 0~1000점의 ‘통신 신용점수’를 확인하고, 연계 대출 상품도 소개받을 수 있다. 핀크는 통신비를 얼마나 꾸준히 냈는지, 충동적으로 소액 결제를 이용한 적은 없는지 등의 정보를 점수에 반영한다. 가령 비싼 요금제를 꾸준히 사용해왔고, 통화가 잦은 사람이라면 ‘비즈니스를 활발히 벌이고 있다’고 보는 방식이다.

핀크는 T스코어를 하나은행의 생활비 대출인 ‘번개대출’과 한국투자·JT친애·스마트·유진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서비스에 제공한다. 핀크 관계자는 “중금리 대출의 주된 소비자인 주부나 자영업자의 경우 통신 정보를 신용평가에 반영하는 것만으로 최대 1%포인트까지 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사도 대출 소비자를 확대하고, 부실률을 줄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금리 신용대출이 거절된 사람 중 40%가 T스코어로는 대출이 승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이 T스코어를 활용해 내준 대출은 기존 신용대출에 비해 부실률이 0.05%포인트에서 0.5%포인트 낮았다. 저축은행은 업체별로 대출 부실률이 0.53%포인트에서 1.06%포인트까지 낮았다.

매출 잘 나오면 대출 금리 깎아준다

소상공인을 위한 대안 신용평가도 있다. 소상공인은 정확한 수입을 확인하기 어려워 기존 신용평가 시스템에서 직장인에 비해 점수가 낮다. 비씨카드는 소상공인 전용 비즈 크레딧이라는 대안 신용평가 시스템을 운영한다. 상권 정보와 카드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상공인의 신용도를 평가해 금융사에 제공한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6개월간 비즈 크레딧을 소상공인 전용 신용대출에 적용한 결과 금리는 평균 3%포인트 낮출 수 있고, 대출 한도는 평균 25% 늘릴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라면 충성 고객 수(재구매율)와 매출 증가율 등을 근거로 대출받을 수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캐피탈과 지난해 출시한 ‘스마트스토어 신용대출’을 통해 신용대출이 거절되던 소상공인의 16%가 새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쇼핑몰의 단골고객 리뷰와 반품률 등을 분석한다.

향후 대안 신용평가를 활용하는 은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내부 신용평가에서도 비금융 정보를 활용하고 있지만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아직 전면적으로 도입하긴 무리가 있다”며 “데이터가 더 쌓이면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