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두 아들을 양육하기 위해 작품과 캐릭터를 가리지 않고 연기했던 윤여정은 60대 이후 좋아하는 감독이나 작가와 하고 싶은 작품을 골라 하는 것이 자신이 누리는 사치라고 했다.
최근 함께 작업해 온 창작자들은 윤여정과 작품과 연기에 대한 동의는 물론, 인간적 유대와 믿음까지 쌓아온 사람들인 셈이다.
'바람난 가족'(2003)으로 윤여정의 성공적인 스크린 복귀를 이끈 이후 많은 작품을 함께 하며 '절친'이 된 임상수 감독은 윤여정의 아카데미 수상에 "자유롭고 젊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 이뤄낸, 부러울 정도의 짜릿한 성공"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임 감독은 "'미나리'는 초저예산 영화라 매니저도 못 데려간 것으로 안다.
모두가 고생한다고 했는데, 윤 선생님이 자유롭고 젊으니까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독으로서 미니멀한 연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윤 선생님이 그런 연기를 한다.
연출자에게도 잘 맞춰주려고 한다"고 했다.
임 감독의 소개로 윤여정과 인연을 맺은 이재용 감독은 "늘 무슨 작업이든 힘들게 하신다"고 전했다.
매번 새로운 역할, 장르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이 감독과는 영화계 이야기를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은 '여배우들'(2009) 이후 '뒷담화:감독이 미쳤어요'(2012), 종로 일대에서 가난한 노인들을 상대하는 박카스 할머니를 다룬 '죽여주는 여자'(2016)로 함께 작업했다.
이 감독은 '죽여주는 여자' 촬영 당시 윤여정이 뒷골목 여관방 등 열악한 촬영 현장은 물론 성매매의 적나라한 장면이나 죽음을 다루는 이야기에 심적으로 버거워했지만, 결과에는 만족해했다고 전했다.
그는 "윤 선생님과는 평소 어떻게 나이 들어가고, 죽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나눴다"며 "그렇게 의기투합해서 만든 작품"이라고 말했다.
또 "예능에서 본인을 '할머니'라고 말하고 나이에 관해 계속 얘기를 하시는데, 나이가 들어가는 걸 잊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시는 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배우가 나이 들어가는 과정을 담은 시나리오를 써뒀는데 윤여정과 함께하고 싶다"며 다시 한번 러브콜을 보냈다.
홍상수 감독 영화의 프로듀서로 일한 김초희 감독은 '하하하'로 윤여정과 인연을 맺은 이후 '산나물 처녀'(2016), '찬실이는 복도 많지'(2019) 두 편의 영화를 찍었다.
김 감독은 윤여정의 성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짧은 대화를 전했다.
윤여정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김 감독에게도 전화가 빗발칠 것을 예상하고 "괴롭혀서 미안하다"며 "네 할 일에 집중하라"고 당부했다는 것이다.
그런 윤여정을 대신해 이야기하는 것을 망설이던 김 감독은 "윤 선생님은 아카데미 후보 지명만으로도 영광이긴 하지만, 시상식에 다녀오면 이전처럼 최대한 조용히 살고 싶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윤여정은 스스로 자신의 스타일을 깨는 데 과감한 배우이기도 하다.
잃어버린 손녀를 애타게 찾는 할머니 역을 맡은 '계춘할망'(2016)의 출연 계기도 그야말로 윤여정답다.
연출자인 창 감독은 "제가 '도회적인 이미지가 소진된 것 같다'고 한 말을 제작사에서 선생님께 전했는데, '그래, 그러면 해야지'라면서 출연하시게 됐다"고 캐스팅 에피소드를 전했다.
2014년 '꽃보다 누나' 이후 '윤식당' 시리즈, '윤스테이' 등을 통해 윤여정의 인간적 매력을 널리 알린 나영석 CJ ENM PD는 "선생님께서 수상 소감 등 공석에서 보여주시는 위트 넘치는 발언들은 평소 아이덴티티를 잘 반영한다"며 "워낙 앞과 뒤가 똑같은 분이고, 방송에서도 그 아이덴티티 그대로 하신다"고 전했다.
이어 "시청자들도 여러 예능을 통해 선생님의 그런 위트 넘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주는 것 같아서 참 좋다"며 "아카데미 수상자임에도 앞으로도 저와 같이 기꺼이 식당 또는 민박집을 운영하신다면 두 손 벌려 환영한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정과 가족애, 슬기로운 지혜와 생존력을 지닌 엄마이면서도 동시에 쿨하고 세련되고 트렌디한 모습을 함께 보여준 게 해외에서도 호응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윤여정만의 솔직함과 자신감, 그리고 배려심 같은 매력은 '나영석표' 관찰 예능과도 잘 맞아떨어졌다"고 덧붙였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도 "윤여정은 연기로 어느 정도 정점을 찍은 후에 하고 싶은 역을 찾아가며 연기했다.
그 선택들은 굉장히 파격적인 역할들까지 가능하게 했고, 결국 최고의 배우가 되는 마지막 고리를 완성하는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그는 "리얼리티 예능을 선택한 것은 깐깐해 보이고 까탈스러워 보이지만 알고 보면 귀엽고 솔직한 매력을 노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그래서 '미나리'로 여러 상을 받은 후 수상소감에서 굉장히 독특하고 재기발랄한 발언을 해도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4일 전국이 대체로 흐리고 지역에 따라 눈이나 비가 내릴 전망이다. 출근 시간엔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져 쌀쌀하겠다.3일 기상청에 따르면 4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5도~4도, 낮 최고기온은 2~8도로 평년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연휴 기간 강원 산지, 호남권, 영남권 등에 간간이 내린 비나 눈이 4일 오전 전국으로 확대되겠지만 밤에는 대부분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영남 등 일부 지역에선 5일 오후까지 비나 눈이 계속 내릴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은 시간당 3~5㎝의 강하고 습한 무거운 눈인 습설이 내려 도로와 구조물 위에 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얼음을 머금은 눈이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내리면 축사와 비닐하우스 등이 붕괴할 위험이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산지에는 5일까지 최대 1m 이상의 많은 눈이 쌓일 수 있어 시설물 피해에 유의해야 한다”며 “도로에 내린 눈비가 얼어붙는 ‘블랙아이스’ 현상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중부지방 일부에선 대설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행정안전부는 3일 오전 2시를 기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했다. 대설 위기 경보 수준은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했다.해안에선 강풍으로 인해 소형 선박이 침몰할 우려가 있다. 기상청은 4일 남해안과 영남 동해안, 제주도에서는 순간 풍속 70㎞ 이상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보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강풍으로 목포~홍도, 녹동, 제주 등 58개 항로·여객선 77척의 운항이 중단됐다.정희원 기자
“And the Oscar goes to…Anora!(오스카상의 영광은 아노라에게 갑니다!)”신데렐라가 탄생했다. 극장가를 달군 걸작들의 각축전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과 달리 올해 오스카는 ‘아노라’의 독무대였다. 제작비 600만달러의 독립영화가 할리우드 대작 틈바구니에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등 5관왕에 올랐다. 감독상을 거머쥔 숀 베이커 감독은 “인디(독립)영화는 오래 살아남을 것”이라며 성공을 자축했다.아노라는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편집상을 받았다. 남우조연상까지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5개 상을 싹쓸이하며 최다 수상작이 됐다. ◇‘오스카 코드’ 통했다당초 영화계에선 13개 부문 후보에 오른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에밀리아 페레즈’와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브래디 코베 감독의 ‘브루탈리스트’가 최다 수상작을 놓고 경쟁을 펼칠 것으로 봤다. 아노라는 지난해 칸 국제 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았지만, 오스카 전초전인 올 1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선 두 작품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무관에 그쳤다.그러나 최근 브루탈리스트가 촬영 과정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고, 에밀리아 페레즈는 주연 배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과거 SNS에 인종·종교 차별적 발언을 한 이력이 드러나 구설에 오르며 오스카 레이스에 반전이 생겼다.브루탈리스트의 경우 헝가리어에 익숙지 않은 배우의 발음 교정을 위해 불가피하게 AI 기술을 활용했다지만, 할리우드는 AI를 두고 배우와 작가들이 파업까지 벌일 만큼 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