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가 '난세의 영웅'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이 시간이 어떻게 보면 다른 선수에겐 기회다.
기회를 얻는 사람이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 감독의 간절한 바람을 이뤄준 선수가 나타났다.
25일 경기도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롯데 자이언츠의 홈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김병희(31)다.
김병희의 끝내기 안타로 kt는 6-5로 승리하며 2연패에서 탈출했다.
김병희는 이날 1군 엔트리에 등록된 내야수다.
kt의 주전 3루수인 황재균이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면서 기회를 받았다.
황재균은 전날 경기에서 코뼈 골절상을 당해 수술을 받아야 한다.
2개월 정도 공백기가 예상된다.
김병희는 황재균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선수는 아니다.
이날 경기 전 이 감독은 2루수 신본기-3루수 천성호, 2루수 김병희-3루수 신본기 조합을 두고 고민하다가 신본기-천성호를 선발 라인업에 넣고 김병희는 교체 투입 멤버로 분류했다.
김병희는 8회말 조용호의 대주자로 투입돼 도루에 성공하며 묵묵히 제 역할을 했다.
5-5로 맞선 9회말, 2사 만루에서 김병희는 첫 타석에 들어섰다.
롯데 마무리 김원중은 2사 2루에서 이홍구를 고의사구로 내보내고 송민섭과 승부로 경기를 끝내려고 했지만, 볼넷을 던져 2사 만루에 몰렸다.
김병희는 김원중과 2볼-2스트라이크로 맞서다가 5구째 직구에 방망이를 돌려 우전 적시타를 날렸다.
kt를 롯데전 싹쓸이패에서 구출해준, 짜릿한 끝내기 안타였다.
또 김병희의 개인 첫 끝내기 안타다.
김병희는 2014년 특별지명으로 입단한 kt의 창단 멤버지만, 2019년에야 1군에 데뷔했을 정도로 빛을 보지 못했다.
군 문제도 사회복무요원으로 해결하고 왔다.
이전까지 경력은 2019년 4경기, 2020년 29경기에서 통산 4안타(1홈런) 정도가 전부다.
그러나 김병희는 이날 3연패 위기에 빠진 kt를 구한 멋진 안타로 주인공이 됐다.
경기 후 김병희는 "이 맛에 야구 하는 것 같다"며 오랜 기다림 끝에 빛을 본 소감을 밝혔다.
그는 "김강 타격코치님이 직구만 노리자고 하셨다.
변화구(포크볼) 2개를 참고 나서 자신감이 생겼다"며 "(직구에) 헛스윙한 이후에도 아직 1개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운이 좋았다"며 끝내기 안타를 친 과정을 설명했다.
김병희는 "운이 좋았다"며 "앞으로 무조건 경기에 출전하겠다는 것보다는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강철 감독도 김병희의 활약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 감독은 "팀 분위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젊은 선수들이 패기 있게 잘해줬다"며 "특히 김병희 선수가 마무리를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