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편성 좋죠?' 질문에 김학범의 일갈 "상대팀 기록은 봤나"
"기록들은 봤어? 만만치 않다니까 그러네."
24일 오후 강원FC와 전북 현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12라운드 경기가 열린 강원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경기장 본부석에는 김학범 남자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 자리해 유심히 선수들을 관찰했다.

하프타임 김 감독 주변에는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남자 축구 조추첨 뒤 김 감독이 공개 석상에 나타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한국은 온두라스, 뉴질랜드, 루마니아와 B조에 편성됐다.

껄끄러운 멕시코, 이집트, 프랑스를 모두 피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조편성'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 감독은 조편성이 진행된 21일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어느 한 팀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조편성"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한 기자가 편하게 첫 질문을 던졌다.

"솔직히 조편성 보고 기분 나쁘지 않았죠?"
그러자 김 감독은 표정에서 웃음기를 걷고 '호랑이 선생' 모드로 돌변했다.

그는 "상대 팀 기록들은 보고 묻는 건지 모르겠다.

기록을 안 봤다면 내가 더 할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루마니아는 올림픽 예선을 겸해 열린 2019 유럽축구연맹(UEFA) 21세 이하(U-21) 챔피언십 조별리그에서 크로아티아를 4-1, 잉글랜드를 4-2로 제압했다.

한국이 조편성에서 피하고 싶어했던 프랑스와는 0-0으로 비겼다.

온두라스 역시 예선 기록이 심상치 않다.

예산 마지막 4강 토너먼트에서 미국을 2-1로 꺾었다.

결승에서는 멕시코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5로 졌다.

'만만하게 볼 상대 하나 없다'는 말은 축구 지도자들이 너무도 많이 써서 팬들에게는 뻔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사상 최고 성적을 꿈꾸는 김 감독에게는 어떤 팀도 뻔하지 않다.

모두가 '꿀조'라며 웃지만, 김 감독은 결코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리고 조별리그 하고 끝낼 거야? 토너먼트는 안 할거야?" 김 감독의 말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