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위험 지역 간 이동 허용…백신 접종자에 '그린 패스' 발급

코로나 하루 사망 300명대 이탈리아 "26일부터 규제 완화"(종합)
이탈리아 정부가 예고한 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제한 조처를 다음 주부터 점진적으로 완화한다.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총리는 21일 밤(현지시간) 내각 회의를 열어 이러한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르면 오는 26일부터 바이러스 확산 위험이 낮은 지역(옐로 또는 화이트존) 사이에는 주(州) 간 이동이 허용된다.

확산 위험도가 높은 지역(레드 또는 오렌지존)의 경우 '그린 패스'(Certificazione Verde) 소지자에 한해 방문이 가능하다.

그린 패스는 코로나19 예방 백신을 접종했거나 감염 후 회복돼 면역이 형성된 이에게 발급되며 6개월간 유효하다.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통해 음성 확인증을 받은 이에게도 발급되나 유효기간은 48시간으로 짧다.

이처럼 주 사이의 이동이 허용되는 것은 작년 말 이래 처음이다.

허위로 그린 패스를 받거나 행사하면 징역형 등의 처벌이 따른다.

코로나 하루 사망 300명대 이탈리아 "26일부터 규제 완화"(종합)
옐로·화이트존의 음식점·주점 등은 옥외 테이블에서 야간 영업이 가능하고, 극장·박물관·영화관 등 문화시설도 입장객 수 제한을 전제로 다시 문을 연다.

다중이 모이는 콘서트 등은 옥외에서만 가능하다.

일선 학교의 대면 수업 비중도 크게 확대된다.

고등학교의 경우 바이러스 확산 위험 등급별로 최소 50∼75% 이상의 대면 수업이 보장된다.

내달 15일부터는 옐로존의 옥외 수영장이 개방되고 6월 1일에는 실내 헬스장 및 음식점 실내 영업이 재개된다.

또 6월 15일부터 전시·박람회, 7월 1일부터는 테마파크 등의 운영이 차례로 정상화된다.

정부는 다만, 전국적으로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적용되는 야간 통행금지는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연립내각에 참여하는 극우 정당 동맹 등 우파 연합이 내각 회의에서 통금 시작 시각을 1시간 늦춰달라고 강하게 요구했으나 드라기 총리가 이를 허용하지 않아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코로나 하루 사망 300명대 이탈리아 "26일부터 규제 완화"(종합)
동맹은 이에 불만을 표시하며 행정명령안 승인 표결에 기권해 논란을 불렀다.

여전히 하루 1만명대의 확진자와 300명대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엄중한 상황에서 서둘러 규제를 풀기로 한 것은 바이러스 확산세가 어느 정도 통제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보건당국이 23일 공개한 주간 기준 감염 재생산지수는 0.81로 전주(0.85) 대비 다소 떨어졌다.

감염 재생산지수는 환자 1명이 감염시키는 사람의 수를 나타낸다.

1.0 미만이면 대체로 대규모 확산 위험이 낮다고 본다.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제한 조처에 따른 피로감과 경제적 손실이 커지면서 각계에서 방역 수위를 낮춰달라는 요구가 거세지는 사회적 분위기도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작년 상반기에 버금가는 바이러스 확산세가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거꾸로 규제를 완화하며 안일하게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22일 기준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1만6천232명, 사망자 수는 360명이다.

누적으로는 각각 392만945명, 11만8천357명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