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가브리엘 봄스타인 PKM갤러리 개인전
두 나무 의자로 묻는 예술과 시간의 의미
한 작가는 나무 조각들을 퍼즐처럼 결합해 견고한 의자와 테이블을 만들었다.

기하학적 무늬가 눈에 띄는 작품이자 가구, 가구이자 작품이다.

다른 작가도 나뭇가지를 모아 의자를 만들었다.

의자 다리와 팔걸이, 등받이까지 있는 의자 형태지만, 앉는 부분이 텅 비어 있어 앉을 수는 없다.

종로구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22일 나란히 개막한 구현모와 가브리엘 봄스타인의 개인전 풍경이다.

각각 별도로 열리는 전시지만 닮은 듯 다른 두 작가와 작품이 묘하게 연결된다.

구현모 개인전 '리셈블'은 작가가 최근 몰두하고 있는 가구와 예술,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주요 화두로 설치와 조각, 드로잉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상반되는 개념의 경계를 허물고 어느 한쪽으로 규정되는 것을 피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나무 조각들을 재결합해 제작한 가구 형태 작품 외에 나무 기둥의 틀을 떠 캐스팅 기법으로 만든 황동 소재 의자, 나뭇가지 형태 금속 조각과 실제 나뭇가지가 뒤섞인 모빌 조각 등이 소개된다.

서로 성질은 다르지만 닮은 형태의 두가지가 경계를 무너뜨리며 인간이 규정한 통념과 아름다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확정 지어진 개념에 대한 의문을 품으면서 경계를 구분 짓지 않는 것에 관심을 두게 됐다"라며 "가구냐 예술이냐도 경계를 구분 짓는 이야기인데, 같은 존재도 어떻게 선택되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두 나무 의자로 묻는 예술과 시간의 의미
독일 출신인 가브리엘 봄스타인 개인전 '라이프'는 오스트리아 화가 에곤 실레 오마주 회화부터 신작 나무 조각까지 다채로운 작업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봄스타인은 찰나, 허무, 무상함 등의 화두에 주목해온 작가다.

폭발적으로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미술 사조나 시간의 흔적만이 남는 소재들을 작품에 활용한다.

매일 쏟아지는 정보를 담는 신문지는 그의 주된 재료다.

신문지 위에 그린 회화는 죽음, 덧없음 등의 주제를 드러낸다.

나뭇가지는 도시 환경의 파편이자 그 자체의 고유한 무늬를 가졌다는 점에서 신문지와 통한다.

작가는 잘 부러지는 나뭇가지로 의자나 알파벳 형태 조각을 구성했다.

그는 휘발하기 쉬운 요소들을 재구성하거나 다시 흐트러뜨리는 작업을 반복한다.

영상으로 연결한 작가는 "미술사에서도 끊임없이 역사는 축적되고 많은 사조가 추가되는데, 그 속에서 일시성이라는 주제와 재료에 관심을 갖게 됐다"라며 "순식간에 흩어지는 요즘 시대의 정보도 마찬가지 아닌가 한다"라고 말했다.

구현모와 가브리엘 봄스타인 모두 1974년생이다.

두 작가가 미술을 공부하고 작품 활동을 한 장소도 겹친다.

구현모는 홍익대 도예과를 거쳐 독일 드레스덴 예술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베를린 등지에서 활동했다.

봄스타인은 카를스루에 미대를 졸업하고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해왔다.

두 전시 모두 5월 22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