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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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배당투자는 찬바람 불 때 하라고 한다. 연말을 기점으로 배당을 지급하는 상장사가 대부분이기에 9~10월쯤이 투자의 적기라는 얘기다. 그러나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배당투자는 봄 바람 불 때도 가능하다. 4월 말까지만 고배당 ETF를 매수하면 기말 배당금을 분배금이라는 형식으로 5월에 지급해주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분배금이 입금되면 배당락과 같은 분배락이 발생하기 때문에 분배금만 노리고 ETF를 매수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본다. 보다 긴 시야를 갖고 투자에 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배당투자, ETF 통하면 4월에도 가능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200 상장사들의 배당금은 총 38조 6613억원이다. 직전년도(27조 5634억원) 대비 40.26% 늘어난 수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지금껏 상장사 배당금이 30조원을 넘긴 적이 없었는데 단번에 40조원을 코앞에 둔 수준까지 커졌다. 삼성전자가 13조원에 달하는 특별배당을 준 데다가 코로나19에도 오히려 영업이익이 증가한 LG화학 등도 배당확대에 적극적이었던 까닭이다.

기업들이 곳간을 활짝 열었지만 이제와서 혜택을 보긴 어렵다. 배당주는 전년도 말까지 매수를 해야 3월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4월께 배당을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ETF를 통한다면 지금이라도 배당을 받을 수 있다. 고배당 ETF들은 4월 말일까지만 ETF를 매수하면 5월 초에 분배금을 입금해주기 때문이다. 다만 주식 결제까지는 2거래일이 걸리기 때문에 이달 28일까진 ETF를 사야 다음달 초에 분배금을 받을 수 있다.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ETF 중에서는 일 년에 한 번 분배금을 주는 ETF와 4번 분배금을 주는 ETF로 나뉜다. 일 년에 한 번 분배금을 주는 ETF는 지난해 상장사가 지급한 분기·기말 배당을 모두 합쳐서 5월에 지급한다. ARIRANG 고배당주 ETF와 KODEX 고배당 ETF가 그 예다. 한편 HANARO 고배당 ETF와 KBSTAR 고배당 ETF, TIGER 코스피 고배당 ETF는 1년에 4번 분배금을 주는데, 2·8·11월엔 각각 3·1·2분기 배당금을 주고 5월엔 기말배당금(분배금 지급일은 직전달 마지막거래일)을 준다. 매분기 배당을 하는 상장사는 적기 때문에 5월 분배금이 가장 많다.

지난해 고배당 ETF의 5월 분배금은 1주당 300원~470원 수준이었다. 시가배당률(분배금÷주가)로 따지면 약 5% 전후다. 상당수의 은행 예금 금리가 1%도 안되는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력적인 수익률이다. 다만 근래 주가가 오른 배당주들이 많기 때문에 5월 초 고배당 ETF들의 시가배당률은 5%를 넘기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ETF도 분배락 있어…긴 시야로 투자해야

운용업계에서는 지금이야말로 배당 ETF 투자의 적기라고 말한다. 성장주만이 득세했던 시장분위기가 최근 변하면서 배당주와 가치주에도 순환매가 돌고있어서다. 배당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배당주들의 주가가 오르면서 시세차익까지 노려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분배금만을 노리고 며칠 간격으로 배당 ETF를 매수·매도 하는 건 실익이 없다고도 지적한다. 이달 28일 장마감 후 분배금이 확정되면, 그 분배금 만큼 다음날 ETF의 가격(순자산가치·NAV)이 떨어지는 탓이다. 배당주에 배당락이 있듯, ETF에도 분배락이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4월 배당 ETF 매수를 계기로 긴 시야의 인컴 투자에 나서봄직 하다고 설명한다. 성기웅 한화자산운용 ETF운용팀 차장은 "분배금을 얻었더라도 분배락 이후에 ETF를 팔면 그만큼 ETF 가격이 떨어져 결국 남는 게 없기 때문에 매수를 계기로 오래 보유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높은 배당수익을 매년 꾸준히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투자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