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타이어 등에 쓰이는 핵심 소재인 고무가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관련주 동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10년 만에 고무 슈퍼사이클이 왔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자동차업계에서 반도체 칩에 이어 천연고무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고무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아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0년 만에 고무 슈퍼사이클이 귀환했다”고 진단했다.

천연고무 공급 부족이 심화한 이유는 우선 말레이시아, 태국, 중국 등 주요 수출국에서 업황 부진으로 경작지가 줄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고무나무 질병 등의 타격도 컸다.

반면 올 들어 수요는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물류 이동 증가, 인프라 투자 증가 등으로 트럭용 타이어 수요가 급증했다. 유럽 대표 타이어 업체인 미쉐린의 경우 올 2월 누적 기준 트럭용 타이어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신차용은 23%, 교체용은 16% 증가했다.

미국 등에서 코로나19 이후 이동이 재개되면서 중고차 판매가 활황을 띠고 있는 것도 타이어 수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또 코로나19 이후 위생 관심이 대폭 커져 위생용 장갑 등에 쓰이는 NB라텍스 가격도 가파르게 올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천연고무 가격은 지난 2월 ㎏당 2달러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가격이 일단 떨어졌지만, 업계에서는 향후 5년 동안 ㎏당 5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고무사업 호조에 사상 최대 실적 기대까지 나온다. 실적 발표를 앞둔 금호석유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5000억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NB라텍스 초호황에 타이어 업체들도 생산량 증대에 나서면서 덕을 봤다. 업계에서는 금호석유뿐 아니라 LG화학, 효성화학, 롯데정밀, 애경유화 등도 고무 가격 상승 수혜주로 꼽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