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사업 철수를 공식 선언하자 구체적인 출구전략 카드를 두고 다양한 셈법이 나오고 있다.

씨티은행, 통매각 또는 분리매각 가능성…최악의 시나리오는 사업폐지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오는 19일 이사회를 열고 앞으로의 사업 재편 방향을 논의한다. 전날 씨티그룹이 발표한 한국 소비자금융 사업 철수 방침에 따라 출구 전략을 고민하는 첫 번째 자리다. 씨티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사업 재편과 관련한 구체적인 일정이나 세부 계획이 정해진 바가 전혀 없다”며 “경영진이 16일 이사회를 시작으로 가능한 모든 방안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세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첫 번째는 ‘통매각’이다. 말 그대로 소매금융 사업을 통째로 다른 금융사에 팔아넘기는 방안이다. 2014년 일본 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사업을 철수할 당시 통매각이 이뤄졌다.

수도권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지방금융지주, OK금융그룹처럼 1금융권 진출 가능성을 타진해온 제2금융권이 인수전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지만 씨티은행이 수년간 점포를 대폭 줄여온 만큼 수도권 영업망이 필요한 지방은행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기에는 어중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5년 말 133곳이던 씨티은행 국내 점포는 현재 43곳, 소비자금융 점포만 따지면 36곳에 불과하다.

사업 부문별로 쪼개서 매각하는 방법도 있다. 자산관리(WM), 신용카드, 주택담보대출 등 소비자금융 가운데서도 세부 사업을 분리해 파는 방식이다. 소비자금융 철수를 선언한 호주 씨티은행은 분리매각을 원칙으로 인수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가격 부담이 덜한 데다 씨티은행이 ‘자산관리 명가’로 이름이 높은 만큼 경쟁력이 강한 WM 부문에는 관심이 쏠릴 수 있다.

그러나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대마진과 오프라인 중심의 옛 소매금융은 성장의 한계가 뚜렷하다”며 “기존 은행들도 기업금융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만큼 소매금융 부문을 적극적으로 인수할 유인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매각이 여의찮을 경우 과거 HSBC코리아 선례처럼 사업을 폐지하는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소비자에게 다른 금융회사로 자산 이전을 권유하고 직원들을 줄이면서 점진적으로 사업을 축소하는 방식이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