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사진)가 16일 총리직에서 물러나 대권 경쟁에 합류했다. 정 전 총리는 대기업 샐러리맨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국회의장과 국무총리를 지내 정치·경제·행정 경험을 두루 갖춘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여론 지지율이 여전히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정 전 총리의 대선 행보로 여권 내 대선 레이스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총리 이임식에서 “사회 통합과 격차 해소를 통한 새로운 대한민국의 완성을 위해 소임을 다하겠다”며 “새 출발에 나선다”고 말했다. 대권 도전 의지를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어디서든 계속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해줄 것으로 믿는다”며 정 전 총리의 정치 행보를 응원했다. 정 전 총리는 에세이집 《수상록》 출간을 시작으로 대권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정 전 총리는 대통령 후보로 ‘독보적인 스펙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5년 정치권에 입문한 뒤 국회의원 선거에서 총 여섯 차례 당선됐다. 산업자원부 장관과 국회의장을 지낸 뒤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총리를 맡았다. 입법부와 행정부의 주요 보직을 모두 거친 셈이다. 적을 만들지 않는 리더십으로 어떤 자리에서도 조직 안팎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정계 입문 전에는 쌍용그룹에서 수출 부문 상무이사까지 올랐다.

정 전 총리의 시급한 과제는 지지율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시행한 차기 대통령 후보 선호도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에서 정 전 총리는 1% 지지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여야를 통틀어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지지율 25%)은 물론 여권 내 이재명 경기지사(24%)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5%)에게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민주당 친문(친문재인) 성향의 한 의원은 “여권에서 ‘정세균 리더십’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없지만 정제된 발언 등으로 열성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적다”며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하면 이 지사에게 대항하려는 친문 지지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치권에선 SK(정세균)계 의원들도 정 전 총리 지원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안규백 의원이 원내대표 출마 선언 직전 출마를 철회한 것도 정세균 캠프 내에서의 역할을 요청받았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정 전 총리의 싱크탱크로 통하는 광화문포럼은 지난 14일 ‘4·7 재·보궐선거 분석과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이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안 의원을 비롯해 김영주, 이원욱, 김성주, 안호영 의원 등 소위 SK계 의원이 대거 참석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