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대위 회의 입장 >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왼쪽)가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1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 비대위 회의 입장 >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왼쪽)가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1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국민의힘이 국민의당과의 합당 후 전당대회냐, 전당대회 후 합당이냐를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통합이 먼저라는 의견이지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들은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도 선(先)통합론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면서 주 권한대행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주 권한대행은 15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전당대회를 먼저 하면 합당 이후 지도체제를 또 논의해야 한다”며 “그렇게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면 합당 후 단일 지도부 구성이 맞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 당이 열린 플랫폼이 돼서 야권 후보를 단일화한 후 내년에 거대 민주당과 대선을 치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먼저 합당한 이후 전당대회를 하자는 의견이 더 높은 것으로 안다”며 “다음주에는 결론이 나고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비공개회의에서는 다른 의견이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아 비대위원은 “합당이 비대위에서 논의된 적이 없다”고 말했고, 김재섭 비대위원도 “합당의 당위성이 뭔지 모르겠다”며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원들은 주 권한대행이 차기 당대표 자리를 위해 통합의 명분을 이용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권한대행으로서 직접 통합 작업을 이끌며 당 장악력을 키우고, 자연스레 당선 가능성도 높이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회의에서는 합당 문제를 논의하기 전에 권한대행 자리를 내려놔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김병민 비대위원은 “거취부터 결정하라”며 사퇴를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태경 의원 역시 공개적으로 권한대행직 사퇴를 요구했다. 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당대표에 출마한다면 원내대표를 즉각 사퇴하고, 출마하지 않는다면 즉각 불출마 선언을 하라”며 “외연 확장 과제는 우리 당의 대선 전략과 직결되는 사안이고, 물러나는 원내대표가 아니라 새로운 지도부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하자마자 당권과 합당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벌이자 당내에서조차 “선거 승리에 취해 다시 옛날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은 승리 기쁨에 취해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라 욕심은 좀 내려놓고 더 혁신해야 할 때”라며 “이렇게 간다면 국민들로부터 ‘아직 바뀐 게 없구나’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