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협력업체 도산 우려…산은 "조속한 경영 정상화에 노력" 생사기로에 놓인 쌍용차가 본격적인 회생 절차를 밟게 됐다.
2011년 3월 법정관리를 졸업한 지 10년만이다.
쌍용차는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해 회생 절차를 조기에 마무리하고 경영 정상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 쌍용차, 법정졸업 10년만에 다시 법원行
서울회생법원 회생1부(서경환 전대규 김창권 부장판사)는 15일 쌍용차에 대한 기업회생 절차를 시작하기로 했다.
법원은 이날 제3자 관리인으로 정용원 쌍용차 기획관리본부장(전무)를, 조사위원으로는 한영회계법인을 각각 선임했다.
법원은 쌍용차가 기업 회생과 함께 신청한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에 따라 그동안 2차례에 걸쳐 회생 개시 결정을 미뤄왔으나 유력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의 투자 결정이 지연되자 이달 1일 회생절차 개시를 위한 수순에 돌입했다. 회생 절차 개시가 결정됨에 따라 향후 채권자 목록 제출과 채권 조사, 조사위원 조사보고서 제출, 관계인 설명회, 회생계획안 제출, 관계인 집회(회생계획안 심의·결의), 회생계획 인가 결정, 회생계획 종결 결정 등의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관리인은 오는 29일까지 회생채권·회생담보권자와 주주 목록을 제출하게 된다.
이어 채권자는 회생채권·회생담보권 등을 다음달 13일까지 법원에 신고해야 한다.
채권 조사 기간은 5월 14∼27일이다.
조사위원은 기업 실사를 진행해 쌍용차의 채무를 비롯한 재무 상태 등을 평가해 회사의 회생 가능성에 대한 견해를 보고서로 내게 된다.
조사위원의 조사보고서 제출 시한은 6월10일까지다.
조사위원이 회생 절차를 지속하자는 의견을 내면 관리인은 회생계획안을 작성하게 된다.
법원은 일단 회생계획안 제출 시한을 7월1일로 잡고 있으나 이는 연장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조사위원이 청산 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해 청산 보고를 할 수도 있으나, 청산시 임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등 2만 명이 넘는 실직자가 발생하고, 700∼800개에 이르는 협력업체가 줄도산할 것으로 우려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회사를 살리는 쪽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 "회생계획 인가 전 M&A 추진"
쌍용차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회생계획 인가 전 M&A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법원과 협의해 이른 시일 내에 M&A 주관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쌍용차는 "비록 P플랜(단기법정관리)에서 '인가 전 M&A' 방식으로 전환됐지만, 추진 시기만 달라질 뿐 회생절차 개시를 전제로 M&A를 추진해 회생절차의 조기 종결을 도모한다는 점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공개 매각을 진행하면 유력 투자자였던 HAAH오토모티브도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동안 쌍용차 인수 의향을 드러낸 국내 전기버스 제조업체인 에디슨모터스를 비롯해 전기차 업체 케이팝모터스, 사모펀드 계열사로 알려진 박석전앤컴퍼니 등 6∼7곳이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업체는 자금력이나 인수 의지가 검증되지 않아 실제로 공개 매각에 뛰어들지는 미지수다.
쌍용차는 인가 전 M&A 방식을 통해 다수 인수후보자간 경쟁을 유도, 기존에 HAAH오토모티브가 투자 결정을 지연했던 것과 달리 보다 신속한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우선협상 대상자는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투입의 대가로 채권단의 채무조정, 기존 주주 감자, 인력 구조조정을 포함한 회사의 자구 계획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쌍용차가 추진했다 무산된 P플랜 협상의 기싸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우선협상 대상자가 산업은행의 지원이 전제되지 않은 쌍용차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어 결국 산은의 대출 지원을 담보로 한 회생계획안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장은 채권단의 자금 지원이 전제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법원은 이미 회생 절차에 돌입하더라도 조기 졸업하도록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쌍용차에 전달한 상태다. ◇ 구조조정 불가피…관리인 "고객 불안 해소"
신규 투자자를 확보해 회생계획안이 결정되면 쌍용차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쌍용차가 2009년 1월 기업 회생을 신청하면서 촉발된 '쌍용차 사태' 당시에는 전체 임직원의 36%인 2천600여명이 정리해고됐다.
이후 2010년 인도의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인수하면서 경영 정상화에 착수한 쌍용차는 순차적으로 해고자와 희망 퇴직자를 복직시켰고, 2018년 노사가 해고자 전원 복직에 합의했다.
다만 노조가 인적 구조조정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데다 정용원 관리인이 친노조 성향인 점을 고려하면 이전과 같은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5천명 가까운 전체 임직원 중 3천500명가량이 가입한 쌍용차노조는 법정관리 결정에 '총고용 보장' 기조를 유지하겠다면서도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진 않고 있다.
지난 2월 협력사 부품 납품 거부로 사흘만 공장을 가동한 쌍용차는 이달에는 반도체 수급난 등을 이유로 지난 8일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쌍용차는 2020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 폐지 위기에 처하자 평택공장 외 165개 필지에 대한 자산재평가를 실시, 자본금을 1천907억원로 늘리며 완전 자본 잠식 상태에서 겨우 벗어났다.
쌍용차는 상장폐지 이의신청서를 지난 13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으며, 거래소로부터 부여받은 개선 기간 내에 투자자 유치와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상장폐지 우려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정용원 관리인은 "채권자의 권리보호와 회사의 회생을 위해서는 정상적인 조업이 관건인 만큼 협력사들과 협의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생산을 재개하고 차질 없는 애프터서비스(AS)를 통해 회생절차개시 결정에 따른 고객불안을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도 "채권단은 쌍용차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필요시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해 후속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