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세계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가 =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오노 가즈모토 편찬. 김윤경 옮김. 2005년 25세라는 젊은 나이로 독일 하이델베르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4년 뒤 독일 본 대학 최연소 석좌교수로 부임한 철학자가 자신의 독자적 철학 이론인 '신실재론'을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를 분석했다.
그의 이론은 탈진실과 포퓰리즘 등에 응답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철학이라고 한다.
저자는 현대 사회에서 가치, 민주주의, 자본주의, 테크놀로지, 표상 등 5가지 위기가 있다고 주장한다.
가치의 위기를 언급하며 현대 사회에서 보편적인 가치를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 다루고, 표상의 위기를 거론하며 이미지가 진실을 덮는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한다.
책은 현대 사회를 이끄는 이데올로기의 가장 큰 문제는 경계선이 모호하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 옳은가'라는 물음이라며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진짜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대화를 거듭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타인의사유. 224쪽. 1만4천원.
▲ 한국적인 것은 없다 = 탁석산 지음. 한국의 정체성에 관해 연구해온 철학자가 우리 문화에 대한 국수주의적 뿌리 논쟁을 멈추고 이 시대의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무기로서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입하고 발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시대를 초월한 '한국적인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한국 문화의 독자성을 찾으려는 강박감이 우리 문화를 정체시키고 썩게 만든다고 말한다.
또 한국인의 가치관이나 미의식 등은 사회 변화에 따라 바뀌어 왔거나 시대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조한다.
책은 문화에서 중요한 건 수출보다 수입이라는 의견도 제시한다.
K팝의 세계적인 인기에서 보듯 어떤 문화가 매력이 있다면 수출은 저절로 이뤄진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우리 것에 대한 고집 때문에 높은 수준의 문화를 받아들이길 거부하면 한국은 고인 물 신세를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열린책들. 208쪽. 1만5천원.
▲ 길 위에서 만난 독립운동가 = 김학천 지음. 중학교 역사 교사이자 문화유산 해설사인 저자가 10년간 직접 답사하고 안내하며 강의했던 주제인 '독립운동가의 길'에 관해 독립운동가 16명의 생애와 삶을 정리한 책이다.
책은 독립운동가의 생가터와 기념관, 묘비 등에 쓰인 어록과 생전에 독립운동가들이 직접 쓴 글 중에서 기억해야 할 문구도 소개한다.
저자는 경남 밀양의 의열기념관과 독립운동기념관을 찾아 약산 김원봉의 흔적을 살피며 "죽음을 각오하고 뜨겁게 살았던 비운의 독립운동가"라고 말한다.
광주 수피아여중고와 소심당조아라기념관 등을 방문해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최전선에서 싸웠던 조아라 선생을 떠올린다.
저자는 "온전한 독립이란 가치를 붙들고 외로운 길을 싸워갔던 그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있다"고 강조한다.
어떤 예술 작품들은 기괴하고 충격적이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불편한 작품이 아름다운 그림보다 관객의 마음에 훨씬 더 크게 와닿는다. ‘충격 요법’으로 감각을 깨워 새로운 생각과 관점을 열어주기 때문이다.프랑스 출신 작가 피에르 위그(63)는 이 같은 충격적이고 기이한 작품을 세상에서 가장 잘 만드는 예술가 중 한 명이다. 베네치아 비엔날레와 카셀 도쿠멘타에 단골로 참가하고,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밥 먹듯 개인전을 여는 게 그 증거다. 지난해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전시는 여러 해외 매체에서 ‘2024년 최고의 전시’로 꼽히며 찬사를 받았다.그 전시에 나왔던 작품들을 지금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열리는 위그의 개인전 ‘리미널’(경계)에서 볼 수 있다. 베네치아 피노컬렉션 미술관과 리움미술관 등이 공동 기획한 신작 등 최근 10여 년간의 주요작 12점이 나왔다. 그의 개인전이 아시아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거장이 묻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명화는 좋아하지만 현대미술은 싫다’는 사람이 많다. 별것 아닌 작품을 장황한 이론과 설명으로 포장한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리미널’은 이런 생각을 바꿀 만한 전시다. 배경지식이나 이론을 몰라도, 명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도 ‘눈앞에서 뭔가 굉장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전시는 미술관의 블랙박스 공간에서 시작한다. 처음부터 관객은 자기 발조차 볼 수 없는 어둠에 압도당한다. 그렇게 잠시 걷다 보면 대형 영상 작품 ‘리미널’을 마주하게 된다. 작품 속에서 기괴하게 움직이는 나체의 여성은 인간이 아니라 &ls
오페라 가수 요나스 카우프만이 10년 만에 내한했다. 그는 모차르트로 대표되는 독일어 오페라 징슈필, 푸치니와 베르디의 이탈리안 오페라, 비제와 구노의 프렌치 오페라, 성악가들의 커리어 마지막 종착지인 바그너 오페라까지 섭렵해 세계 최고 테너 중 한 명으로 꼽힌다.지난 4일 카우프만과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의 리더아벤트(리트독창회)가 열린 롯데콘서트홀 객석엔 빈자리를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카우프만은 2015년 첫 내한 콘서트 때 서른 번의 커튼콜을 받을 정도로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인 바 있다.이날 카우프만은 관객들의 환호 속에 흰 보타이를 맨 정갈한 연미복 차림으로 무대에 등장했다. 첫 곡은 슈만의 ‘12개의 가곡’ 중 제3곡 ‘방랑의 노래’였다. 독일에서 온 가객(歌客)은 “자~아직 취기가 남아 있을 때 떠나자”라는 가사로 시작한 방랑가를 목이 덜 풀린 듯한 음색으로 노래했다. 제10곡 ‘고요한 눈물’에서 카우프만은 과장하지 않은 발성으로 목을 풀듯, op.25 ‘미르테 꽃’ 제1곡 ‘헌정’을 부를 때는 미동 없는 자세로 자신이 낼 수 있는 소리의 반만 들려주듯 각각 노래한 후 퇴장했다.두 번째 무대에서 몸이 풀린 듯한 카우프만은 리스트의 가곡 여섯 곡을 불렀다.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를 부를 때 그는 소리를 바깥으로 울려내기보다 몸 안 호흡의 압력만으로 음을 밀어내듯 노래했다. 3절에서 마이너풍으로 전개된 음악이 다시 희망을 찾은 후 외치듯 부른 가사 “O Gott”(독일어로 ‘오 신이시여’라는 뜻)의 고음은 이날 그가 들려준 첫 메조 포르테(mf) 음량 표현이었다.2부에서 카우프만은 브람스의 op.63 &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끊임없이 음악을 연구해 ‘건반 위의 구도자’라고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모차르트 음반 시리즈의 마지막 편을 발매했다.유니버설뮤직은 백건우의 모차르트 3부작 중 마지막 음반인 ‘백건우 모차르트 피아노 작품 3’(사진)을 5일 발매했다. 이 음반사는 지난해 5월과 11월 이 3부작의 첫 번째 앨범과 두 번째 앨범을 각각 선보였다. 이번 세 번째 앨범에는 모차르트 피아노 작품 중 감정선이 가장 복잡하다고 평가받는 환상곡 C단조를 비롯해 독일 무곡 6개, 글라스 하모니카를 위한 아다지오, 작은 장례식 행진곡, 론도 A단조 등을 담았다. 론도 A단조는 백건우가 지난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생애 처음으로 만난 모차르트 작품”으로 언급한 곡이기도 하다.앨범 표지에는 모차르트 음악 해석의 열쇠를 아이다운 순수함에서 찾으려는 백건우의 바람이 반영됐다. 음반사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이번 3부작 앨범의 표지 그림을 공모했다. 그 결과 초등학교 3학년생인 이진형 군의 그림이 선정됐다. 백건우의 웃는 얼굴, 아래를 응시한 채 우수에 젖은 얼굴, 손가락을 얼굴에 올린 채 눈을 감고 하늘을 향한 얼굴 등이 이진형 군의 그림으로 표현됐다.김동준 평론가는 앨범 내지에 담은 해설을 통해 “백건우는 이번 녹음을 통해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하기만 했을 뿐, 잘 알지 못했던 인간 모차르트의 초상화를 그려냈고 모차르트의 ‘사랑의 언어’를 생생하게 되살려냈다”고 평가했다.앨범 발매에 맞춰 백건우는 이달부터 10월까지 ‘백건우와 모차르트’ 순회공연을 한다. 오는 8일 여수를 시작으로 밀양, 김포, 서울, 익산, 안동, 성남, 인천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