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백신 공수표'…1.5억회 장담하더니 손에 쥔건 2000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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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안심하고 맞을 수 있는 건 화이자 700여만회뿐
文대통령, 직접 CEO와 통화한
모더나도 "2억회분 美 우선공급"
文대통령, 직접 CEO와 통화한
모더나도 "2억회분 美 우선공급"
정부의 백신 수급 계획이 하루가 다르게 틀어지고 있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이어 미국 얀센 백신에서도 희귀혈전증이 발생해 미국 정부가 접종을 잠정 중단한 여파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의 모더나 백신은 7월 생산분까지 미국에 우선 공급돼 국내 도입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수급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두 회사는 올해 2600만 도스를 공급하기로 정부와 약속했다. 특히 얀센 백신은 한 번만 맞으면 돼 접종 편의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도입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두 번째는 미국 등 강대국의 백신 자국 우선주의다. 미국은 국방물자생산법까지 동원해 자국에서 생산하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모더나는 13일(현지시간) “7월까지 미국 정부에 2억 도스의 백신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모더나의 지난해 말부터 6개월 동안 공급량이 1억3200만 도스였던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한국에 줄 수 있는 물량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모더나는 작년 말 한국과 계약하기 전에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캐나다, 스위스, 카타르 등과 선구매 계약을 체결해 한국의 순위는 한참 밀린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 중인 mRNA 방식의 백신은 안전성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도입을 미룬 게 결정적인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연령별 백신 접종 종류를 세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연령별 백신 종류를 세분화하는 계획을 빨리 내야 한다”며 “자칫하다가는 젊은 층이 맞을 백신을 하나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백신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러시아 백신 중 하나인 ‘스푸트니크V’는 바이러스 벡터 방식이어서 혈전 논란에 자유롭지 않지만 ‘코비박’은 사(死)백신 방식이어서 부작용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똑같은 구조를 지닌 죽은 바이러스를 몸속에 넣어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을 자극하는 방식이다. 죽은 백신을 넣기 때문에 독성이 없고, 부작용이 적다. 한국 기업들이 러시아 백신인 코비박 백신의 위탁생산을 논의 중인 것도 수급 불확실성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유럽 등지에선 백신 공급이 달리자 러시아 백신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독일은 유럽의약품청(EMA)이 사용 승인을 하면 러시아 백신 접종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고, 오스트리아는 EMA 승인이 나기 전인데도 러시아 백신 100만 회분 도입을 협의하고 있다.
김우섭/이선아 기자 duter@hankyung.com
○정부 계획의 13.6%만 확보
정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내 백신 1억5200만 도스(7900만 명분) 확보’를 자신했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경북 안동에서 생산하는 미국 노바백스 백신 4000만 도스를 비롯해 △미국 모더나 4000만 도스 △화이자 2600만 도스 △아스트라제네카 2000만 도스 △얀센 600만 도스 △코백스퍼실리티 2000만 도스 등 세부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14일 기준으로 실제 도입이 확정된 백신은 상반기 2080만 도스가 전부다. 전체 물량의 13.6% 수준이다. 하반기 도입 물량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백신 수급에 차질이 생긴 가장 큰 이유는 부작용 논란과 ‘우리 국민부터 맞고 보자’는 강대국의 자국 우선주의다. 먼저 부작용 논란.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이 각각 개발한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백신에 대해 안전하다며 대량 구매계약을 맺었지만 뜻하지 않은 혈전 문제가 발생했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코로나19 항원 유전자를 아데노바이러스에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백신 접종 후 혈소판이 감소해 혈전(피가 굳어진 덩어리)이 생기는 부작용이 발견돼 미국·유럽 등에서 접종이 중단됐다.두 회사는 올해 2600만 도스를 공급하기로 정부와 약속했다. 특히 얀센 백신은 한 번만 맞으면 돼 접종 편의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도입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두 번째는 미국 등 강대국의 백신 자국 우선주의다. 미국은 국방물자생산법까지 동원해 자국에서 생산하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모더나는 13일(현지시간) “7월까지 미국 정부에 2억 도스의 백신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모더나의 지난해 말부터 6개월 동안 공급량이 1억3200만 도스였던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한국에 줄 수 있는 물량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모더나는 작년 말 한국과 계약하기 전에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캐나다, 스위스, 카타르 등과 선구매 계약을 체결해 한국의 순위는 한참 밀린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 중인 mRNA 방식의 백신은 안전성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도입을 미룬 게 결정적인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백신이라도 들여와야”
전문가 사이에선 혈전 발생 논란이 있는 얀센보다 화이자·모더나 백신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 부회장은 “정부의 대응 미숙으로 때를 놓치긴 했지만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 추가 확보에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얀센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집착하지 말고 접종 일정을 하반기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했다.연령별 백신 접종 종류를 세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연령별 백신 종류를 세분화하는 계획을 빨리 내야 한다”며 “자칫하다가는 젊은 층이 맞을 백신을 하나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백신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러시아 백신 중 하나인 ‘스푸트니크V’는 바이러스 벡터 방식이어서 혈전 논란에 자유롭지 않지만 ‘코비박’은 사(死)백신 방식이어서 부작용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똑같은 구조를 지닌 죽은 바이러스를 몸속에 넣어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을 자극하는 방식이다. 죽은 백신을 넣기 때문에 독성이 없고, 부작용이 적다. 한국 기업들이 러시아 백신인 코비박 백신의 위탁생산을 논의 중인 것도 수급 불확실성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유럽 등지에선 백신 공급이 달리자 러시아 백신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독일은 유럽의약품청(EMA)이 사용 승인을 하면 러시아 백신 접종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고, 오스트리아는 EMA 승인이 나기 전인데도 러시아 백신 100만 회분 도입을 협의하고 있다.
김우섭/이선아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