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실업급여 수급자가 75만900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실직자가 꾸준히 누적돼온 결과다. 다만 지난달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전년 동월보다 7000명 감소했다. 코로나19 재유행으로 대규모 실직이 일어나지 않으면 전체 수급자 수는 감소할 것이라는 신호로 풀이된다.12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행정통계로 본 3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 수급자는 75만9000명이었다. 기존 역대 최대는 지난해 7월 73만1000명이었다.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1조1790억원으로 역대 최대이던 지난해 7월 1조1885억원에 육박했다. 실업급여 지급액이 급증한 데는 지난해 하반기 코로나19 고용충격에 따른 실직자 증가 외에도 정부가 실직자의 생계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실업급여 지급기간과 지급액을 늘린 영향도 있다.고용부 관계자는 “실업급여 지급액 증가는 지난해 11월 코로나19 3차 대유행에 따른 고용충격과 연말 근로계약 종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행히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전년 동월에 비해 줄어 이 추세가 유지된다면 전체 수급자 수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실업급여 지급액 외에 고용 지표는 다소 개선됐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3월 본격화한 고용충격의 기저효과와 공공일자리 사업 재개 등에 따른 것으로 본격적인 고용 회복과는 거리가 있다.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는 1407만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2만2000명(2.3%)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증가폭이 23만9000명으로 떨어진 뒤 1월 16만9000명, 2월 19만2000명 증가에 그쳤다가 4개월 만에 30만 명대 증가폭을 회복했다. 여기에는 지난해 2월 37만6000명에서 3월 25만3000명으로 증가폭이 급감한 기저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는 공공일자리가 포함된 서비스업이 주도했다. 서비스업 고용보험 가입자는 962만4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26만6000명(2.8%) 늘었다. 수출 호조로 반도체, 가전 등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가 증가한 것은 긍정적이다.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는 지난 1월(5000명) 플러스로 전환한 이후 2월 2만2000명, 3월 3만2000명으로 증가폭이 커지고 있다.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저소득 구직자에게 1인당 최대 300만원을 지급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의 요건이 최근 대폭 완화됐다. 신청자가 몰리면서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데다 지원금(구직수당) 수급 요건이 까다롭다는 불만이 잇따르자 정부가 내린 조치다. 하지만 요건이 너무 완화돼 ‘눈먼 돈’이 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구직 의사가 없어도 일정 소득 이하 청년이라면 누구나 받아갈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12일 고용노동부가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국민취업지원제도 관련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전국 고용센터와 민간 위탁기관에 ‘취업활동계획 수립 및 구직활동 인정 세부기준’을 내려보냈다. 공문에는 “취업활동계획 및 구직활동 인정기준 적용의 혼선으로 민원이 다수 발생해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위한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실업부조인가 청년수당인가올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저소득 실업자, 청년, 경력단절 여성 등 취업 취약계층(15~69세)에 구직수당과 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기존의 정부 취업 지원 프로그램인 취업성공패키지와 청년구직활동지원금(청년수당) 제도를 통합한 것으로, 이른바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로 불린다. 월 50만원씩 6개월간 구직수당 최대 300만원을 받으려면 가구소득이 중위소득의 50%(4인 가구 약 244만원) 이하인 저소득층(재산 3억원 이하)이어야 한다. 최근 2년 내 100일 또는 800시간 이상 취업 경험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청년(18~34세)의 경우 중위소득 120%(4인 가구 약 585만원) 이하까지 신청할 수 있다.‘1인당 현금 300만원’의 홍보 효과는 컸다. 시행 한 달여 만에 20만 명이 몰려들었고, 지난 8일 기준 신청자는 25만3020명에 이르렀다. 수급 자격을 인정받은 인원은 15만5449명, 이 중 9만807명(58.4%)이 청년이었다.반면 전국 고용센터와 민간 위탁기관에 근무하는 상담사는 총 4000여 명에 불과하다. 상담사 1인당 많게는 60명 넘는 참여자의 서류를 들여다보고 6개월간 구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다보니 심사가 지연되면서 수당이 지급되기까지 길게는 두 달 이상이 걸리는 등 체증 현상마저 빚어졌다. 고용부가 전국 고용센터 등에 지나친 과제 부여를 줄이고 구직활동을 폭넓게 인정하라는 내용의 새 지침을 내린 이유다. “구직활동 너무 독려하지 말라”정부는 행정 일관성 제고 차원이라고 하지만 문제는 기준을 지나치게 완화해 참여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새 지침은 취업활동계획 수립과 관련해 “불필요한 과제 부여가 많다는 신청자들의 불만이 많다”며 상담사들에게 수급자가 납득할 수 있고, ‘사회통념상 인정 가능한 범위’ 내에서만 과제를 부여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6개월간 직업훈련을 받는 참여자에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게 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인정 가능한 범위가 아니라고 했다.매달 50만원의 구직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월 2회 이상 구직활동을 했음을 증명해야 하는데, 구직활동 인정 기준도 대폭 완화했다. 고용부는 지침에서 입사지원서 제출과 면접 참여는 각각의 구직활동으로 인정하라고 했다. 상담사가 부여한 과제를 이행하고 상담에 참여하는 것도 구직활동으로 인정된다고 했다. 이 밖에 △같은 날 2개 회사에 입사 지원해도 구직활동 2회 인정 △자격증 시험 응시도 구직활동으로 인정, 떨어졌다 다시 응시하면 총 2회 인정 △시간에 관계없이 하루 봉사활동하면 구직활동 인정, 이틀 이상이면 구직활동 2회 인정 등도 포함됐다.국민취업지원제도와 관련해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나온다. 국내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 게시판에는 최근 한 구직자가 “상담사가 구직활동 월 3회를 요구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올렸다. 해당 글에는 “(입사 지원) 클릭 한 번 더하는 게 어렵나요. 면접은 안가면 그만인데”라는 ‘조언’이 붙었다.홍 의원은 “실업급여 반복수급 문제와 마찬가지로 실질적인 구직활동 점검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정작 취업을 열심히 준비하는 청년들의 의지를 꺾는 제도”라고 말했다.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취업상담사 양성 등 충분한 전달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은 시기상조”라며 “저소득 구직자의 생계 지원을 위해서라면 차라리 기초생활수급 복지를 늘리는 편이 낫다”고 지적했다.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크다는 점 잘 알고 있습니다. 지켜야 할 의무가 불분명하지 않으냐는 대목이 대표적입니다. 기업 의견을 수렴해 시행령을 최대한 빨리, 그리고 명확히 만들겠습니다.”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하위법령 제정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기업들의 우려가 큰 만큼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오는 7월 5~49인 사업장까지 전면 시행되는 주 52시간제와 관련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적극적인 근로감독보다는 자율개선을 유도하겠다고 했다. 이 장관은 2018년 9월 취임해 2년6개월 넘게 고용부를 이끌면서 경영계와 노동계의 서로 다른 목소리를 비교적 원만하게 절충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장관을 박준동 한국경제신문 정책·국제부문장 겸 경제부장이 지난 9일 서울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에서 만났다.▷중대재해처벌법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많다.“경영진이 꼭 지켜야 할 사항을 시행령에서 구체화할 생각이다. 시행령은 통상 법 시행 시기에 맞춰 내놓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내년 1월 시행되지만 최대한 빨리 기업 의견을 수렴해 시행령을 만들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시행령에 대한 해설과 가이드라인을 기업에 제공할 예정이다. 이렇게 하면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한 의무 이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7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주 52시간제가 적용된다.“일각에선 계도기간 필요성을 이야기하지만, 법 개정 이후 확대된 특별연장근로제와 탄력근로제를 활용하면 안착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또한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임을 감안해 7월 확대 시행 이후에도 (적극적인 근로감독보다는) 자율개선을 통해 주 52시간제가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한국 고용 통계가 미진하다는 지적이 있다.“한국의 고용 관련 통계는 월 단위로 나온다. 미국도 실업급여 통계는 주간 단위지만, 조사 통계는 월 단위다. 주간 단위 실업급여 통계 도입을 검토해봤지만 실직과 실업급여 신청 시차로 인해 주간 변동폭이 커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청년들이 가장 목말라하는 채용 정보 제공을 위해 500대 기업의 실시간 수시채용 정보를 제공하려고 준비 중이다. 기업 인사담당자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고용정보원과 협의하고 있다.”▷올해 추경과 작년 추경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지난해 네 차례의 추경은 고용 유지나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피해 지원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올해 1차 추경은 여기에 더해 청년, 경력단절여성 등 일자리 상황이 어려운 계층의 취업 지원 예산이 대폭 반영됐다. 소상공인, 법인택시기사 지원금과 별개로 청년, 중장년, 여성 일자리 25만5000개 창출을 목표로 했다.”▷정부 일자리 정책의 원칙은.“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게 정부 원칙이다. 정부 일자리 예산에는 공공일자리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 채용보조금도 포함돼 있다. 정부의 목표는 공공과 민간부문을 모두 최대한 활용해 일자리 수를 늘리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과 함께 규제완화 노력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고용부 소관 사안으로는 가사서비스업 활성화 방안이 있다. 기존의 알선 방식 가사서비스가 직접고용으로 바뀌면 근로자 권익 향상뿐만 아니라 질 높은 가사서비스 시장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전 국민 고용보험 2025년 완성은 가능한가.“세법상 인적용역형 사업자, 노동법상으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소득 파악을 위한 조직이 이미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 만들어졌다. 7월부터 특고 고용보험 적용을 위해 소득자료 제출 주기가 월 단위로 단축될 예정이다. 다만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사회적 논의가 시작될 예정이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 가능할지는 봐야겠지만, 한국보다 비공식 경제 비율이 낮은 국가를 벤치마킹하면 방법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용보험료를 인상해야 하나.“코로나19로 인해 한국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가 고용 유지와 취약계층 생계 지원을 위해 기금 지출을 크게 늘렸다. 공공자금관리기금 예수금과 일반회계 지원을 많이 받았지만, 당장 보험료를 올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우선 올해 상반기에 유사·중복사업 폐지 등 재정 건전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고용보험료 인상은 경제 회복과 소상공인 상황을 봐가면서 노사 의견을 수렴해 논의할 계획이다.”▷실업급여 반복 수급 대책은 언제 나오나.“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업급여를 반복적으로 수급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노동연구원과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다. (보험료 납부 기간만 충족하면 아무런 제약 없이) 실업급여를 반복해서 받아가는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방향은 분명하게 세웠다.”▷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라는 노동계의 요구가 거세다.“영세 사업장에 소속된 근로자 보호 강화 필요성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다. 취약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위해 근로기준법 적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지만 영세 사업주의 사회·경제적 부담도 가중될 수 있다는 얘기다. 5인 미만 사업장의 법 적용 실태와 노사 인식에 대한 실태 조사를 진행 중이다. 6월 이후 결과가 나오면 노사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를 할 계획이다.”▷노동계로 기울어진 노사관계 해법은.“정부가 듣기로는 노사 모두 상대방 쪽으로 기울어졌다고 한다.(웃음) 지난해 개정된 노조법도 노사관계 자율성 제고와 함께 기업별 노사관계의 특성을 고려해 최대한 균형된 입법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무엇보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은 한국의 노동권을 문제 삼았던 유럽연합(EU)과의 통상 리스크를 줄이는 의미가 컸다.”▷산업안전보건청이 신설된다고 한다.“본부 조직을 떼내 새로운 청을 만든다는 것은 조직 생리상 반가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산업 재해 예방 행정을 위해서는 감독 중심의 행정조직으로는 한계가 있고,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본다. 일각에서는 감독만 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기업의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우선적으로 이를 위해 고용부 내 산업안전조직의 기능과 직제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이재갑 장관은… 고용보험 제도 설계자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982년 제26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들어와 공군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는 30년 넘게 고용부에서만 근무한 정통 관료다. 2010년 노사정책실장을 맡아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 도입 준비를 총괄하기도 했지만 공직생활 대부분을 고용 분야에서 보낸 고용정책 전문가다.1995년 고용보험 도입 당시 실무 책임자로 제도 설계부터 재정당국 설득까지 도맡아 고용부 내에서는 ‘고용보험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 이 장관을 발탁한 것은 전임 김영주 장관 교체에 따른 ‘구원 등판’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전임 장관의 친노동 행보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심해졌다는 경영계의 불만을 의식한 개각이었다는 평가였다. 임서정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이 장관에 대해 “고용정책에 있어 국내 최고 전문가이자 후배 공무원들에게는 지도교수 같은 분”이라고 했다.△1958년 서울 출생△인창고, 고려대 행정학과 졸업△서울대 행정학·미국 미시간주립대 노사관계학 석사△행정고시 26회△고용정책관△노사정책실장△고용정책실장△고용노동부 차관△근로복지공단 이사장정리=백승현/사진=허문찬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