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산적한 사건 선별부터…내부 규정 마련 시급"
코너 몰린 공수처 돌파구는…"공정 수사로 신뢰 쌓아야"
'이성윤 특혜 조사' 논란으로 수렁에 빠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위기를 헤쳐나갈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에 사건이첩 기소권 문제를 둘러싼 검찰과의 힘겨루기를 그만 접어두고 공정한 수사를 통해 공공의 신뢰를 회복하고 난맥상을 풀어가야 한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수사로 활로 모색해야…사건 선별이 중요"
11일 공수처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공수처가 접수한 고소·고발·진정 사건은 누적 837건에 이른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특혜 조사' 논란과 검사 채용 과정에서 정원 미달, 검찰과의 갈등으로 허덕이는 동안 사건은 산처럼 쌓여가고 있지만, 수사는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검사 선발을 완료하면 즉시 수사에 돌입해 '정공법'으로 위기를 뚫고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작년 공수처 설립준비단 공청회에서 발제를 담당했던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이 수사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사건을 위주로 선별해 수사에 빨리 착수해야 한다"며 "결과로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낸 법무법인 이공 소속 양홍석 변호사도 조속한 수사 착수에 무게를 둬야 한다며 구체적으로는 "부장검사가 임명되면 일단 사건을 어떤 순서로 할지부터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까지 검찰이나 국민권익위, 시민단체들로부터 넘겨받았거나 수사의뢰, 고발된 사건들 가운데 어떤 사건을 타 기관에 이첩하고 어떤 사건을 직접 수사할지 선별·정리하는 작업부터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양 변호사는 공수처가 뽑는 검사 수가 정원에 미달하더라도 수사 착수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애초에 정원인 25명을 한꺼번에 채우려 한 게 문제"라며 "처장이 검사를 완전하게 채우는 데 1년 정도 걸리고 '드림팀'이 목적이라고 설명했어야 한다"고 했다.

한 교수는 검찰 출신 지원자가 적은 데 대해서도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말이 있듯이 오히려 관행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내부 업무 규정부터 마무리한 뒤 검찰과 협의해야"
검찰과의 기소권 다툼의 시발점이 된 공수처의 사건사무규칙 제정과 관련해선 내부 업무에 관한 내용을 위주로 초안을 만들되, 검찰과 협의가 필요한 부분은 수사 착수 후에 미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양 변호사는 "일단 대략적인 내부 원칙이라도 세우는 게 필요하다"면서 "검경과 협의가 필요한 세부적인 규정은 수사 전문가인 부장검사가 가다듬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 교수는 "이첩 기준을 객관적으로 가져가는 것도 좋지만 모든 사례와 유형을 다 규정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며 "초반부터 검찰과 힘겨루기를 하기보다 사건이 쌓여가며 순리에 맞게 법을 해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른 기관과의 법리적 문제는 구속력 없는 사건사무규칙보다는 대통령령으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수처법 24조와 25조는 애초부터 독소조항이었다"며 "일반인의 예측 가능성을 위해선 이를 대통령령으로 입법 청원해 처음부터 새롭게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양 변호사는 "이첩 절차를 대통령령으로 만들면 검경은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수사에 대한 대통령령은 법무부가 주체가 돼야 하는데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고 했다.

실제로 공수처는 12일 자문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공수처 운영 방향, 제도 개선과 발전 방향 등에 대해 외부 목소리를 들을 예정이다.

자문위가 공식 발족함에 따라 경험이 풍부한 자문위원이 제도 공백을 메워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처장이 이 자리에서 그간 논란에 관한 입장을 밝힐지도 주목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김 처장이 이 지검장 면담과 관련해 사과하고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