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EU 측 요구 따라"…EU "상임의장과 같은 급 예우했어야"

여성 인권 문제 등을 둘러싼 유럽연합(EU)과 터키의 마찰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앙카라에서 열린 EU-터키 정상회담 당시 여성인 EU 집행위원장이 의전에서 푸대접을 받았다는 주장을 두고 양측이 실랑이를 벌였다.

AFP·dpa 통신 등에 따르면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앙카라 정상회담 당시 EU 측의 요구와 제안에 따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영접했다면서, 좌석 배치 의전과 관련해 집행위원장을 모욕했다는 비판을 반박했다.

터키-EU 정상회담시 여성 EU집행위원장 좌석 배치 '무례' 실랑이
차우쇼을루는 이날 앙카라에서 열린 쿠웨이트 외무장관과의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당시) 좌석 배치는 EU 측의 제안에 따라 이루어졌다"면서 터키와 EU 측이 정상회담에 앞서 의전에 대해 합의했었다고 주장했다.

터키가 자의적으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좌석 의전을 결정하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차우쇼을루는 터키에 대한 비판이 "아주 공정하지 못하다"면서 "회담은 국제 의전 규정과 터키의 환대 속에서 이루어졌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터키-EU 정상회담 동영상을 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나란히 앉은 반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과 마주 보며 긴 소파에 떨어져 앉았다.

에르도안 대통령과 미셸 의장이 마주 놓인 두 자리에 먼저 착석한 뒤 남은 자리가 없자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선 채로 "에헴" 하며 오른손을 들어 불편한 모습을 보였지만, 별도 의자는 마련되지 않았다.

에르도안은 이전에 EU 남성 정상들과의 회담 때는 3명이 나란히 동일한 의자에 앉았었다.

EU 의전상 정부 조직에 해당하는 집행위원회와 회원국 정상들로 구성된 정상회의 수장은 동급으로 예우받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회담 동영상이 공개된 뒤 EU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터키가 의도적으로 여성인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을 모욕했다는 해석들이 쏟아졌다.

특히 터키가 지난달 여성에 대한 폭력을 금지한 국제조약인 '이스탄불 협약'에서 탈퇴하면서 여성 인권을 무시한다는 비판이 나오던 와중에 이 같은 사건이 불거지면서 비판이 더욱 거셌다.

이번 사건에 '소파게이트'란 명칭까지 붙이기도 했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7일 "집행위원장은 분명히 놀랐다"면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미셸 의장과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대우를 받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 대변인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이를 문제 삼지 않기로 했고, 대화에서 여성의 권리와 이스탄불 협약에 대해 언급했다고 전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앞서 앙카라 회담 뒤 회견에서 "터키가 여성과 아동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이스탄불 협약에서 탈퇴한 것을 깊이 우려한다"면서 "이는 명백히 잘못된 신호"라고 지적한 바 있다.

터키-EU 정상회담시 여성 EU집행위원장 좌석 배치 '무례' 실랑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