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확보 백신 절반 이상이 AZ…젊은층 배제되면 접종계획 수정 불가피
전문가 "안전한 접종 목표로 해야", "이번 조치로 AZ백신 신뢰 더 떨어져"
한국도 AZ백신 접종 일단 보류…'11월 집단면역' 형성 차질 우려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혈전' 논란으로 인해 국내 4월 접종 계획이 초반부터 차질을 빚게 됐다.

당장 8∼9일 시작될 예정이던 특수학교 종사자 등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일정이 연기됐고, 또 현재 진행 중인 60세 미만에 대한 접종도 보류됐다.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관찰되는 희귀한 혈전 사례에 대한 유럽의약품청(EMA)의 검토 결과를 확인한 후 접종을 시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일정이 틀어지고 불안감이 커지면서 '11월 집단면역' 형성 목표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의 7일 긴급 조치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보류된 대상자는 약 18만명이다.

EMA 발표 후 접종계획이 원상복구 된다면 4월 접종은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EMA가 만약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특이 부위 혈전과의 인과성이 확인된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면서 접종 중단이나 젊은층에 대한 사용 제한 등을 권고할 경우 접종계획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정부가 상반기에 확보한 백신 1천808만8천회분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1천67만4천회분(59%)으로 비중이 가장 크다.

이 백신은 2분기(4∼6월) 특수학교 종사자와 보건교사, 어린이집 장애아전문 교직원·간호인력, 항공승무원, 교정시설 등에 쓰일 예정인데 이들 그룹에는 젊은층이 다수 포함돼 있다.

EMA의 조치에 따라서는 계획 수정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럽 국가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중단하거나 일정 연령층에 대해 제한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다른 백신을 보유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대체재가 없기 때문에 60세 이하 접종을 완전히 멈출 경우 접종계획을 전면적으로 수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MA가 어떤 결론을 내더라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신이 큰 상태여서 접종률 하락 등 큰 틀의 접종 전략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AZ 백신이 작년에 기대도 많이 모으고 초기엔 주목을 받았으나 지금 와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계륵'과 같은 제품이 됐다"며 "임상 중에 횡단성 척수염 발생 사례가 있었고, 실수로 정해진 백신 용량의 절반을 사용하기도 했고, 접종 간격도 처음에는 4주를 제시하다 나중에는 8∼12주가 더 좋다고 하고, 그 뒤에 65세 이상 효과 논란까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혈전 발생 사례가 국내에서도 3명 나왔기 때문에 이 문제는 심각하게 봐야 하고, (그런 차원에서) 이번 정부 조치는 잘했다고 본다"며 "정부가 접종률을 높이기보다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접종을 목표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도 AZ백신 접종 일단 보류…'11월 집단면역' 형성 차질 우려
정부의 이번 접종 보류 조치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신뢰를 더 떨어뜨려 접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나중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도 아무도 안 믿게 된다"면서 "국민들이 '문제가 있으니까 접종을 하다가 말다가 한다'고 생각해 불안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EMA는 접종군과 비접종군에 대한 비교 임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젊은층은 주의하자' 정도의 메시지밖에 못 낼 텐데 정부가 EMA 발표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보류 조치를 했다"면서 "향후 이 백신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대책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EMA는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55세 미만의 여성에서 드물게 발생하는 파종성혈관내응고장애(DIC)와 뇌정맥동혈전증(CVST)에 대해 분석하고 있으며, 유럽 현지 시간으로 7∼9일 인과성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하 추진단)은 이날 저녁 갑작스럽게 이번 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일정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낮 정례 브리핑 때까지만 해도 'EMA 발표 전에는 현행 접종 계획을 유지한다'고 밝혔으나 불과 몇 시간 뒤 이를 번복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국 특수학교 종사자와 유치원·초중고교 보건교사, 어린이집 장애아전문 교직원·간호인력 등 약 7만3천271명에 대한 접종이 8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연기됐다.

또 9일 시작될 예정이던 장애인시설,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결핵·한센인 거주시설, 노숙인시설, 교정시설의 종사자 등 10만9천681명에 대한 접종도 보류됐다.

요양병원·시설 입소자 및 종사자 등 기존 접종 대상자 중 아직 접종하지 않은 60세 미만 3만8천771명에 대한 접종도 중단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