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구로·금천서도 힘 못쓴 與…서울 민심, 1년 만에 '정권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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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선거…오세훈, 박영선에 20%P 이상 앞서
'與 우호지역' 도봉·노원·광진서도 吳득표율 50%대
강남3구에선 두배 이상 격차…내곡동 땅 이슈도 묻혀
오세훈, 10년 만에 귀환…차차기 대권 주자로 급부상
서울시장 선거…오세훈, 박영선에 20%P 이상 앞서
'與 우호지역' 도봉·노원·광진서도 吳득표율 50%대
강남3구에선 두배 이상 격차…내곡동 땅 이슈도 묻혀
오세훈, 10년 만에 귀환…차차기 대권 주자로 급부상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승리하면서 보수 정당이 10년 만에 서울시장 자리를 꿰차게 됐다. 2011년 무상급식 투표가 무산된 책임을 지고 서울시장직에서 사퇴한 뒤 야인으로 지내던 오 당선인은 이번 선거를 통해 정치권 중심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부동산 문제에 민감한 서울 지역의 정권심판 민심이 승패를 갈랐다는 분석이다. 2016년 이후 치러진 네 차례의 전국 단위 대형 선거에서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던 서울 지역의 정치 지형이 완전히 뒤집혔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 전역에 승리 깃발 꽂아

오 당선인은 서울 전역에서 박 후보를 압도했다. 상대적으로 민주당 표가 많다고 여겨져온 강북동권(도봉·강북·노원·성북·동대문·중랑·성동·광진)에서 오 당선인은 55.6%의 지지를 얻어 박 후보(40.3%)를 제쳤다. 역시 여권에 우호적인 지역으로 평가돼온 강남서권(강서·양천·영등포·동작·구로·금천·관악)에서도 오 당선인은 56.9%를 얻어 박 후보(40.0%)를 두 자릿수 차이로 눌렀다. 강북서권(종로·서대문·중·용산·마포·은평)에서도 오 당선인이 58.0%, 박 후보가 38.3%였다. 보수진영의 ‘텃밭’으로 여겨지는 강남동권(서초·강남·송파·강동)에선 오 당선인이 67.2%로 박 후보(30.5%)의 두 배가 넘는 지지율을 얻었다.
지난해 4월 총선 때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대다수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며 여당이 압승했던 상황이 1년 만에 완전히 바뀐 것이다. 2016년 이후 치러진 네 차례의 굵직한 선거에서 보수 정당은 서울 지역 참패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은 서울 49개 지역구 중 41곳을 싹쓸이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강남3구뿐만 아니라 민주당에 우호적으로 여겨졌던 지역에서까지 오 당선인이 높은 지지를 받으면서 여권 우세였던 서울 정치 지형이 야권 지지로 뒤집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파탄에 돌아선 민심
집값에 민감한 서울 지역 특성상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오 당선인에 대한 표심으로 연결됐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지역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무주택자는 시장 진입이 어려워졌고, 유주택자 역시 늘어난 세금에 부담을 느끼면서 현 정권에 대한 서울 시민들의 불만이 총체적으로 폭발했다는 것이다.민주당은 선거 막판 박 후보가 열세에 몰리자 오 당선인의 내곡동 처가 땅 특혜 의혹을 집중 부각시키며 공세를 펼쳤지만 결정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해당 이슈가 간단하지 않고 복잡해 큰 효과를 못 거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소속인 박 전 시장의 성추문 의혹으로 치러진 선거라는 점도 오 당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시장 잔여 임기가 1년여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오 당선인이 자신의 시정 경험을 내세워 ‘첫날부터 능숙하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점도 ‘일하는 시장’을 원했던 서울 시민들의 호응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경쟁자인 박 후보가 정의당 등 범여권의 협조를 얻지 못한 것에 비해 오 당선인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 등의 전폭적인 지원 사격을 받은 것도 서울 유권자 중 비율이 높은 중도층의 마음을 돌리는 데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10년 만에 ‘권토중래’
시장직을 스스로 내던진 후 10년 동안 야인 생활을 감내해야 했던 오 당선인으로선 결국 성공적인 복귀로 자신의 정치적 몸값을 키우게 됐다. 오 당선인은 2016년 20대 총선, 2019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전당대회 등에도 연이어 도전장을 냈지만 전부 패배를 맛보는 등 여러 차례 고난을 겪었다. 이번 선거로 오 당선인은 시장직을 자진사퇴해 여권에 서울시장 자리를 넘겨준 ‘원죄’가 있다는 책임에서 벗어나게 됐다.고은이/성상훈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