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5일 삼성·현대자동차·LG 등 8개 그룹의 핵심 최고경영자(CEO)를 한자리에 소집해 ‘급식업체 일감 개방 선포식’을 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제계 일각에선 공정위가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제재를 무기로 ‘보여주기식 행정’을 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공정위가 주요 그룹 급식사업에 주목한 것은 2017년 9월이다.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에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단체급식 과점 상황을 개선하라”고 공정위에 지시하면서다. 공정위는 즉각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CJ프레시웨이 등 대기업 계열 급식 업체의 내부거래 조사에 들어갔다.

당시 업체들은 “자율경쟁으로 형성된 시장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손보는 것은 문제”라고 맞섰다. 하지만 공정위는 2017년 9월 기업집단국을 신설해 조직을 확대한 뒤 단체급식 내부거래 문제에 대해서도 조사에 들어갔다. 공정위가 대기업 전담조직을 되살린 것은 12년 만의 일이었다.

이후 공정위는 3년여에 걸쳐 단체급식의 계약 형태, 영업이익률, 지분 구조 등을 수집·분석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 위반으로 의심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현장조사를 하는 등 대기업 단체급식 내부거래 문제와 관련해 압박 강도를 높였다. 지난 2월에는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들이 삼성웰스토리를 부당 지원했다는 내용을 심사보고서에 담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3년 동안 대기업 단체급식 문제를 조사해왔다”며 “일감개방 선포식도 그 연장선상에서 업체들의 자율적 시정조치 노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급식 업체들의 시각은 다르다. 올해 1월 일감개방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공정위 제안으로 협의가 시작됐고, 2월부터 공정위가 행사를 기획했다고 전했다. 따라서 이번 일감개방 선포식은 공정위의 집중 조사를 받아온 대기업들이 사실상 ‘항복 선언’을 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장 삼성만 하더라도 오는 5월께 예정된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의 수준을 낮추기 위해 참여가 불가피했으며,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공정위의 칼날이 확대될 수 있다는 공포를 느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일각에선 조직 축소 위기에 빠진 공정위 기업집단국이 존재감 과시를 위해 벌인 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지훈/김소현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