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스가 총리, 올림픽 계기 北과 대화 기대

북한이 오는 7월 도쿄올림픽에 불참을 선언하면서 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키려던 정부의 구상은 수포가 되게 됐다.

아울러 도쿄올림픽 때 북한 고위당국자가 일본을 방문하는 것으로 남북·북미·북일 간 대화의 계기를 모색하며 자국 올림픽을 '제2의 평창올림픽'으로 흥행시키려던 일본의 구상도 어렵게 됐다.
한반도 정세 반전카드 '도쿄올림픽'…北불참에 불씨 꺼지나
북한은 6일 '조선체육' 홈페이지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보건 위기 상황에서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도쿄올림픽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는 조선 올림픽위원회 총회 결정을 공식 발표했다.

정부는 그동안 도쿄올림픽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의 계기로 삼을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도쿄올림픽이 "한일 간, 남북 간, 북일 간, 북미 간 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성공적 개최를 위한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도쿄올림픽은 남·북·미·일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다자 틀 안에서 북핵 협상의 물꼬를 틀 수 있는 현 정권 임기 내 최대 이벤트였다.

더욱이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북미대화 중재 노력으로 북미접촉을 성사시키며 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이 있는 정부로서는 도쿄올림픽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이번 올림픽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 간 화해·협력을 진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왔으나 코로나19 상황으로 그러지 못하게 된 데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역시 도쿄올림픽을 통해 북일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지난달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당시에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도쿄올림픽 때 일본에 방문할 경우 "납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나의 일"이라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북한이 최종적으로 도쿄올림픽 불참을 발표하면서 정부의 남은 임기 대북정책 구상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하반기부터 사실상 대선 국면에 진입할 국내 정치상황을 고려하면, 남북관계 돌파구 마련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정부는 코로나19를 연결고리로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나 백신·치료제 지원 등 다양한 남북 협력구상을 제의했으나 북한은 호응하지 않았다.

더욱이 지난달에는 김여정 부부장이 연이은 담화를 통해 남북 간 군사합의서 파기 및 대남 대화·교류 관련 기구 폐지를 언급하고, 더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을 '미국산 앵무새'에 비유하며 조롱하는 등 대남 반발 수위를 높이는 형국이다.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다자적 대화 구도를 형성해 우회적으로 남북관계를 풀어가려던 노력도, 남북 양자 간 관계를 개선할 모멘텀을 찾는 일도 모두 어렵게 된 상황이다.

다만 북한의 도쿄올림픽 불참이 북미 간 협상 진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은 2018년 평창올림픽 때와 달리 북한과 미국이 양자구도로 협상할 수 있는 틀을 따로 갖췄고, 북미 간 기존 합의도 있는 상황"이라며 "애초 북미가 대화를 위해 도쿄올림픽에 기대했던 부분은 크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