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수 보호 위해 도쿄올림픽 불참…남북 대화 교착 장기화
코로나에 막힌 남북 '도쿄 재회'…2032올림픽 공동유치도 걸림돌
도쿄 하계올림픽을 계기로 교착 국면에 빠진 남북 대화의 돌파구를 모색하던 우리 정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선수들을 보호하겠다며 7월 23일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6일 발표했다.

북한 선수단의 불참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래 3년 만에 추진하던 국제 종합경기대회 개회식 남북 공동입장, 남북 단일팀 구성도 무산될 판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19년 3월 집행위원회를 열어 도쿄올림픽 때 개회식 남북 공동입장과 여자농구와 여자하키, 유도(혼성단체전), 조정 등 4개 종목에서의 단일팀 구성을 승인했다.

그러나 2019년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양측이 성과 없이 돌아선 뒤 남북 관계는 다시 경색 국면으로 돌아섰다.

단일팀을 이룰 만한 종목도 남북이 각각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로 확보한 뒤 따로 팀을 이루는 유도 혼성단체전 정도만 남았다.

코로나에 막힌 남북 '도쿄 재회'…2032올림픽 공동유치도 걸림돌
IOC와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1년 연기된 도쿄하계올림픽·패럴림픽을 올해에는 반드시 개최하겠다는 뜻을 굳힘에 따라 우리 정부와 체육계는 도쿄에서 남북 대화의 새로운 전기가 열리기를 기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다자주의를 통해 대북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도쿄올림픽이 한일, 남북·북미·북일 간 대화의 장이 될 수 있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하지만, 북한의 전격적인 선수단 '불참' 선언으로 기대가 현실로 이뤄지긴 어렵게 됐다.

코로나에 막힌 남북 '도쿄 재회'…2032올림픽 공동유치도 걸림돌
북한의 불참은 어느 정도 예견된 터였다.

도쿄올림픽에 참가하는 자국 선수를 코로나19에서 보호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혹시나 있을지 모를 올림픽 참가 선수들을 통한 도쿄발(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북한 유입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현재 북한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국경을 봉쇄하고 주민의 국내외 이동도 금지했다.

남북은 평창동계올림픽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파했다.

평창에선 국제 종합대회 사상 처음으로 결성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세계의 시선을 끌었고, 아시안게임에선 카누 여자 남북단일팀이 드래곤보트(용선) 500m에서 역대 국제종합대회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반도의 봄'을 도쿄올림픽에서 잇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지만, 종식되지 않은 코로나19에 꿈의 실현은 가로막혔다.

남북 대화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2032년 서울·평양 하계올림픽 유치 도전도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IOC가 2032년 하계올림픽 유치 우선 협상지로 호주 브리즈번을 올해 2월에 선택하면서 남북 올림픽 공동 유치는 사실상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다만, IOC와 브리즈번의 우선 협상 대화가 개최지 최종 결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남북 간 대화 흐름에 따라 얼마든지 상황은 바뀔 수 있는 만큼 우리 정부와 대한체육회는 희망의 끈을 여전히 놓지 않았다.

그러나 도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불참함에 따라 남북이 머리를 맞댈 기회가 점점 사라진다는 점에서 시간은 우리의 편이 아니다.

남북이 스스로 해법을 찾지 못하면 2032 하계올림픽 유치도 물 건너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