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의 상장 후 백신 개발사들이 기업공개(IPO)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백신 회사들의 기업가치가 재평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차바이오텍의 자회사인 차백신연구소는 이달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 이 회사는 최근 한국생명공학원과 나이스평가정보에서 진행한 기술평가에서 각각 A등급과 BBB등급을 받아 기술특례 상장 조건을 충족했다. 심사에 두 달가량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3분기 상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차백신연구소는 면역증강제 플랫폼 기술을 이용해 만성 B형간염 치료백신을 개발 중이다. 이 밖에 대상포진, 노로바이러스 등 차세대 백신과 항암 백신, 면역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작년 매출은 7780만원으로 전년(1억2611만원) 대비 38.3%가량 줄었고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30억원에서 약 64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말 인터베스트와 하일랜드사모펀드(PEF)로부터 230억원의 투자를 받으면서 약 4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최대주주는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차바이오텍으로 지분 46.82%를 보유 중이다.

보령제약의 관계사인 보령바이오파마도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연내 공모 준비에 착수할 예정이다. 1991년 설립된 백신 전문 기업으로, 최근 국내 백신 기업 최초로 세포배양 방식의 A형간염 백신 국산화에 성공했다. 지난해는 영유아용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백신 ‘보령 디티에이피아이피브이(DTaP-IPV)’도 출시했다. 티그리스인베스트먼트, DS자산운용 등이 약 400억원을 투자했으며 최대주주인 보령파트너스가 지분 78.6%를 들고 있다. 보령파트너스는 보령제약 오너 3세 김정균 보령홀딩스 대표가 거느린 회사로 상장 시 구주 매출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공모 청약에서 ‘대박’을 터뜨리자 백신 회사들이 일정을 서두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거래소의 기술특례 상장 심사가 까다로워져 예비심사 문턱을 넘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결핵 백신 개발업체 큐라티스는 지난해 기술성 평가에서 각각 A, A등급을 받았으나 코스닥 상장 예심을 통과하지 못해 상장을 자진 철회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