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오전 90세 부친과 사전투표
尹, 내일 사전투표로 첫 정치행보…국민의힘에 힘싣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오는 2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에 참여한다.

투표 장소와 시간까지 알려져 사퇴 후 첫 공개 일정이 됐다.

대외 활동을 '재보선 이후'로 미뤄둔 채 칩거해온 터라 공개 행보를 선거 전으로 앞당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사전투표 띄우는 국민의힘에 '호응'?
야권이 지지율 우위를 실제 득표율로 연결 짓기 위해 투표 참여 캠페인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윤 전 총장의 '호응'은 그 자체로 지원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윤 전 총장이 내세우는 '공정'의 가치에 2030 세대가 열광하고 있고, 이 젊은 층이 최근 야권 지지로 기우는 경향을 보이는 점이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통상 젊은 층의 사전투표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윤 전 총장의 사전투표가 아직 '선택'을 망설이는 청년들의 투표 참여와 야권 지지를 이끄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일부 강성 지지자들의 부정선거 의혹을 일축하면서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시점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윤 전 총장 측도 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은 예전부터 사전투표 조작설에 굉장한 거부감을 가져왔다"고 전했다.

◇ 부인 아닌 아버지와 동행…왜?
윤 전 총장이 오는 3일까지 이어지는 사전투표의 첫날 오전, 공식 선거일(7일) 본투표로부터 닷새 전에 일찌감치 투표에 나서는 데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유세장이 아닌 투표장 앞 포토라인에 서서 정권 심판론을 부추기는 공개 발언을 통해 실질적으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윤 전 총장은 투표를 마친 후 취재진과 짧은 질의응답을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다른 전·현직 공직자들처럼 부인과 함께 투표하지 않고, 부친인 윤기중(90) 연세대 명예교수와 동행하는 데 대해 의미를 부여한다.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통화에서 "윤 전 총장 아버지는 김종인 위원장, 김형석 교수, 윤여준 전 장관과 모두 연결된 사람"이라며 "굉장히 잘 된 '기획' 같다"고 평가했다.

'101세 철학자'로 알려진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최근 윤 전 총장과 만나 리더십에 대해 조언한 것으로 알려진 학계 원로다.

김 교수와 연세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윤 전 총장 부친이 직접 다리를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 들썩이는 野…신중한 尹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의 사전투표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고작 투표에 반응할 필요 없다"며 표정 관리에 나섰지만, 그의 대권 행보에 대한 기대감이 역력하다.

이날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대거 참석한 충북 보은군 도의원 선거 지원 유세에서는 윤 전 총장의 '기지개'를 염두에 둔 듯 "충청 중심 시대가 다가온다"는 기대 섞인 발언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 부친 고향이 충남 공주라는 점을 고리로 한 '충청 대망론'의 분출로 해석됐다.

다만, 윤 전 총장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섣부르게 움직였다가 '반기문 2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읽힌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지인은 통화에서 "당분간 정치 행보를 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강연을 하거나 책을 낼 것이라는 얘기도 모두 와전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사전투표 현장에서의 공개 발언도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시민의 권리" 정도로 원론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