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손님 전원 명부는 탁상행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출입명부 작성이 일행 중 대표자만 적는 것에서 모든 방문자가 적는 방식으로 바뀌었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경제신문이 여의도, 광화문 등 서울 주요 업무지역의 식당·카페 20곳을 돌아본 결과 18곳은 수기출입명부 방문객 전원 작성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한 음식점 업주는 “전원 다 명부를 써야 하는 것으로 바뀐 줄 몰랐다”며 “거의 매주 방역수칙이 바뀌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방역당국은 다중이용시설 출입 시 대표 1명이 아니라 이용자 전원 명부 작성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새로운 기본방역수칙을 발표했다. 기존에도 전원 작성이 원칙이었지만, 관행적으로 ‘대표자 외 O명’으로 적는 경우가 많았다. 방역당국은 새로운 방역수칙에서 전원 작성을 의무화했다. 오는 4일까지 계도기간을 거쳐 5일부터 새 방역수칙 위반사항 적발 시 업주에겐 최대 300만원, 위반한 개인은 1인당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일부 자영업자는 바뀐 수칙을 거부하거나 잘 모르는 방문객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영등포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씨(50)는 “명부에 안내해두긴 했지만 안 지키는 사람이 부지기수”라며 “바쁜 점심시간에 수기 명부를 제대로 적는지 안 적는지 확인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조모씨(35)는 “일부 손님은 여전히 대표자만 써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 ‘왜 그리 빡빡하게 구느냐’고 항의하기도 한다”고 했다.

오락가락한 방역당국의 지침에 관리·감독하는 공무원들도 고충을 토로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수시로 현장 계도를 하려고 하나 인력 부족 등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식품업소 9000여 곳에 문자로 안내하고 외식업중앙회 등 관련 단체에 공문으로 통보했다”며 “바뀐 수칙이 담긴 포스터를 현장에 배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일관성 없는 ‘땜질식’ 방역 수칙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처음부터 수기명부 전원 작성을 의무화했어야 한다”며 “방역수칙이 자꾸 바뀌면 시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지키기도 어려워진다”고 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